[2015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실리와 세력의 뚜렷한 갈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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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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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 3번기 2국> ●·스웨 9단 ○·커제 9단

4보(40~51)=우하귀 접전에서 쌍방 실리와 세력의 지향 노선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백 쪽에 좌하귀 실리를 내주면서 외곽을 두텁게 하고 상변의 ‘높은 중국류’ 포진과 우변을 연계해 대세력을 입체화하는 게 스웨의 전략이라면, 발 빠르게 실리를 선취하고 흑 세력에 뛰어들어 타개와 수습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것이 커제의 전략이다.

우변 41, 43은 백 일단의 형태를 무겁게 만들겠다는 의도. 스웨로서는 어떻게든 우하 일대에 쌓은 흑의 두터움을 백 일단 공략에 활용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백 일단의 행마가 가벼운 리듬의 여유를 가질 수 없도록 끊임없이 압박해야 한다. 하변 45는 공수의 다목적 요소인데 이때 날일자로 다가온 46이 유력한 수단이었다.

여기서 하변만을 본다면 ‘참고도’ 백1이 공수를 겸용하는 요처지만, 그때 흑2로 먼저 우변 백 일단의 진로를 가로막히면 백 전체의 호흡이 가빠진다. 백3으로 움직여야 할 때 흑4도 안성맞춤의 차단벽. 상변을 중심으로 한 흑 세력은 거대하게 부풀고 우변 백 일단이 바쁘게 쫓기는 만큼 전국의 흐름은 흑이 장악하게 된다. ‘참고도’의 진행을 보고 난 다음 46에 실린 의도를 음미하면 행마의 묘미를 느낄 수 있겠다. 흑47, 49는 신경질(?) 감정이 다소 느껴진다. 뜻대로 풀리지 않는다는 뜻일까. 흑으로선 백 50의 붙임도 성가시다.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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