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효과? 한인들 시민권 신청 급증

미주중앙

입력

대선에 대한 한인들의 관심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투표권을 행사하기 위해 시민권 신청자 수가 늘어날 정도다.

대선 전에는 인터뷰 통과 쉽다는 소문에
10월 양식 변경·수수료 인상도 한몫
LA시는 지난해 비해 신청 24%나 늘어

시민권 신청을 대행해주는 한인 단체나 업체들은 "신청자 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밝혔다.

한미연합회(KAC)의 스티브 강 사무국장은 "다른 해에 비해 25% 정도가 증가했다. 영주권을 받고 오랫동안 시민권을 신청하지 않았던 한인들의 신청이 많다"며 "여러 요인이 작용했겠지만 특히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나 반대를 위해 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이민 정책을 옹호하는 '트럼프 효과'가 시민권 신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민 전문가들은 "딱 꼬집어 트럼프 때문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이민자들 사이에서 증폭되면서 시민권 신청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LA에 사는 레이첼 이씨 역시 영주권을 받은 지 11년 만에 시민권을 신청하기로 마음 먹었다. 이씨는 "나를 제외한 모든 식구가 시민권자지만 시민권 신청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며 "하지만 부모님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시민권이 없는 이민자는 전부 미국에서 쫓겨나는 거 아니냐'며 시민권 신청을 권했다"고 전했다.

한인들 사이에서 시민권 신청이 증가한 데는 선거를 치르는 해에는 시민권 인터뷰 통과가 더 쉽다는 소문도 한몫하고 있다.

풀러턴의 김경주(66)씨는 "젊은 사람들이야 쉽겠지만 나이 든 사람 입장에서는 시민권 시험이 어려워 신청을 고민하고 있었다"며 "마침 선거 전에 보면 쉽게 통과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어 부랴부랴 신청했다.나 말고도 주변 친구 여럿이 시민권을 신청하고 함께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10월부터 새로운 양식이 적용되는 데다가 수수료 인상도 계획돼 있어 신청을 부추기고 있다.

새로운 신청양식의 경우 기본적인 틀이 크게 바뀌지는 않지만 질문이 추가되고 질문내용도 구체적으로 바뀐다. 또 USCIS가 신청 수수료를 현재 595달러에서 10월부터 640달러로 올리겠다고 발표한 후 수수료가 오르기 전 신청하겠다는 한인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권 신청 증가는 한인에게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에는 시민권 신청이 다소 늘어나는 경향이 있지만 올해는 그 증가율이나 관심도가 이례적으로 높다.

이민서비스국(USCIS)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미 전역 시민권 신청자 수는 25만225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만5000명이 더 많았다. 또 선거가 있던 2012년에 비해서도 6%나 증가했다.

LA의 경우 신청 열기가 더욱 뜨겁다. 1분기에만 2만4000명이 시민권을 신청했다. 이는 미전역 도시 중 두 번째로 많은 것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나 증가했다.

시민권 신청자 수만 많은 게 아니다. 타임지는 시민권 신청 관련 온라인 검색 수가 2012년 대선 때보다 훨씬 많다고 구글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UC어바인의 정치학자 루이스 데시피오는 "선거를 앞두고 신청이 늘어나는 것은 일반적이지만 올해는 드라마틱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오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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