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갚은 후배에게 협박 문자 40회 보낸 선배 벌금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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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지방법원. [사진 춘천지법 홈페이지]

돈 110만원을 갚지 않는 후배에게 40차례 협박 문자메시지를 보낸 비정한 선배가 법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춘천지법 형사2단독 안종화 부장판사는 돈을 갚지 않는 후배에게 협박성 문자메시지를 야간 등에 반복적으로 보낸 혐의(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9~11월 후배인 피해자 B씨에게 보험료 대납으로 10만원씩 총 3회(30만원)를 빌려줬다. 같은 해 12월 8일 A씨는 B씨에게 돈 80만원을 빌려주었다. B씨는 A씨에게 지난해 12월 10일까지 돈 110만원을 갚기로 했지만 결국 갚지 못했다.

이후 A씨는 B씨에게 협박성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다. ”형한테 돈 실수 할거면 전화기를 꺼놓는게 아니라 인생을 꺼놨어야지“ ”넌 형을 잘 몰라. 내일 알게 될거야“ 등의 내용으로, 지난해 12월 10~15일 사이 총 40회에 달했다. 야간에 전화하거나 문자가 가는 경우도 있었다. 이후 B씨는 지난해 12월 17일 강원도 화천군에 있는 한 주차장에서 자살했다.

재판부는 ”범행의 경위ㆍ내용 등에 비춰 죄질이 가볍지 않지만, A씨가 범행을 자백하고 잘못을 반성하며 동종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것 등을 감안해 벌금 400만원을 선고한다“고 판결했다.

다만 재판부는 자살한 피해자 B씨의 죽음에 대해서는 가해자 A씨에 대한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위반'상 죄가 아니라면서 공소 제기 내용에서 삭제를 했다. 수사기록상 자살과 문자메시지간 상관관계가 없었고, 검찰의 기소 내용에서도 살인죄 항목이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 적은 각주를 통해 ”검찰이 피해자 B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내용을 공소에 포함했으나, 이 분야 전문가인 OO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A씨의 범행이 B씨의 죽음의 주된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점 등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한 피해자 B씨가 자살 전 쓴 유서에 A씨에 대한 원망이 없고, B씨의 가족들도 A씨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도 감안했다.

춘천지법 측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피해자 B씨의 죽음과 채권 추심의 상관관계가 없었던 사건이었고, 상관관계가 있었다면 형법상 살인죄로 기소가 되었어야 이에 대해 판사가 심리해 처벌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현택 기자 mdf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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