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의 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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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엔화, 어디까지 오를까.
요즘 같아서는. 엔화의 천정 높이를 가늠할 수 없다. 천하의 경제 전문가들도 맞는 답을 찾지 못해 답답해하고 있다.
물론 주장은 많다. 최고 1백엔 설에서부터 최저 1백90엔 설까지 있다.
그 중에서 신선한 주장으로는「1백73엔 설」이 있다. 일본의 경상수지가「0」(영)이던 1973년의 엔화는 달러 당 2백65엔 이었다. 그때와 지금의 공업제품 값은 미국에서 2·6배, 일본에서 1·7배 올랐다. 그 동안 달러와 엔화의 구매력을 따져 보면(265엔×1·7÷2·6)1백73엔 이라는 해답이 나온다. 이른바 구매력 평가 설의 논리다.
일본 기업인들의 예상은 어떤가. 지난 달 29일 일본 경제신문은 유 력 기업인 1백 명에게 앙케트를 내보았다. 39명은「1달러=1백71∼1백80엔」, 30명은「1백81∼1백90엔」을 예측하고 있었다. 지금부터 5개월 후인 9월의 환율을 그렇게 전망한 것이다. 나머지 7명은「1백61∼1백70엔」을 예견했다.
요즘 사태는 소수인 7명의 견해 쪽으로 다가가고 있다.
문제는 미국의 생각이다. 며칠 전「레이건」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지금까지의 엔화 강세는 당연하고 바람직하다』고 한마디하자 엔화는 잠에서 깬 듯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레이건」의 생각도 생각이지만, 엔화의 치마폭이 얼마나 쉽게 서풍에 나부끼는가를 알 수 있다. 한때는「베이커」재무(미)도 1백80엔을 용인했다는 얘기가 일본 장 상의 입을 통해 나왔었다.
미국 쪽의 얘기는 한마디로「더 하이어, 더 베터」(오르면 오를수록 좋다)다.
하버드대의「쿠퍼」교수, 모건은 항의「도브리스」부총재는「1백50∼1백70엔」은 되어야 한다고 미 의회에서 증언했다. MlT의「레스터·더로」교수는 1백43엔, 브루킹즈 연구소의 「크라우스」수석연구원은 1백 엔까지 주장하고 있다.
「크라우스」의 1백엔 설은 1978년의 미국 무역수지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그해 미국의 무역수지는 1백50억 달러 적자였다. 이 정도의 적자는 미국으로서는 견딜 만하며, 그 기준으로 역산하면「1달러=1백엔」이라는 것이다.
결국 미국 경제정책 당국의 다수파는「더 하이어, 더 베터」쪽이다.「볼드리지」상무, 「베이커」재무,「야이타」미 통상대표부 대표 등 이 다수파다. 달러 값이 너무 급격히 떨어진다고 걱정하던「볼 커」미연방 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은 소수파의 한 사람일 뿐이다.
우리는 지금 엔화의 천 정만 쳐다보고 있을 수는 없다. 경제정책 당국 파 기업은 각기 할 일을 찾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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