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내버려둬”…성별 논란 세메냐, 네티즌 응원 속에 800m 예선통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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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선수촌 연습장에서 적응훈련을 하고 있는 캐스터 세메냐. [중앙포토]

성별 논란에 휩싸인 남아공의 여자 중장거리 육상 선수 캐스터 세메냐(25)를 향한 응원이 이어지는 가운데, 세메냐가 800m 예선을 조 1위로 통과했다.

세메냐는 17일(이하 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주경기장에서 열린 리우 올림픽 여자 육상 800m 예선 2조 경기에서 1분 59초 31의 기록으로 여유있게 준결승에 진출했다.

800m는 세메냐가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종목이다.

예선을 앞두고 그를 “여성으로 볼 수 없다”는 성별 논란이 재점화되면서 세메냐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다. 다른 선수를 소개하는 동안에도 중계 카메라가 4번 레인의 세메냐를 비출 정도였다.

부담감 속에서 의연하게 경기를 마친 세메냐는 취재진의 인터뷰에 응하지 않고 공동취재구역을 지나쳤다.

인터넷 상에서는 그를 위한 응원 물결이 이어졌다.

전세계 네티즌들은 트위터에서 “캐스터를 내버려둬라”는 의미의 해시태그 ‘#HandsOffCaster’를 사용하며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이 해시태그는 런던 올림픽 이후 4년 만에 재등장한 것이다. 한 네티즌은 해시태그를 사용하며 “펠프스나 우사인 볼트의 신체는 선수로서 이상적이라고 말하면서 세메냐의 몸은 의심의 대상으로 삼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세메냐가 좋은 성적으로 예선을 통과하자 그의 금메달을 응원하는 해시태그 '#Caster4Gold'도 등장했다. 이 해시태그는 1만 7000회 이상 언급되며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에 오르기도 했다.

세메냐는 근육질의 체형과 중저음 목소리, 탁월한 기록 때문에 2009년 처음으로 성별 검사를 받았다. 베를린세계선수권 800m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뒤 경쟁 선수들이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와 국제육상연맹은 ”세메냐의 남성 호르몬 수치가 일반 여성보다 3배 이상 높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남성 호르몬이 많은 것은 세메냐의 탓이 아니며 여성적인 유전자가 훨씬 더 많기 때문에 ‘여성’으로 올림픽에 참여하는 것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는 검사 결과에 대해 “근거가 부족하고 차별 논란이 있다”며 세메나의 여자 선수 자격을 인정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세메냐의 목표는 33년간 깨지지 않고 있는 여자 육상 800m 세계 기록(1분 53초 28)을 갈아치우는 것이다. 여자 육상 800m 결승은 20일 오전에 열린다.

백수진 기자 peck.s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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