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반덤핑 제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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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내 처음으로 수입 외국상품이 덤핑혐의로 제소되어 정부가 조사에 나섰다.
물론 이번의 덤핑조사는 피해를 본 국내 제조회사들의 제소에 따른 것이고 그 결과는 관계조사반의 조사와 결정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이번 제소와 조사가 지난78년 관세법 개 정으로 덤핑 또는 불공정 무역에 대응하는 수단을 장치한 이후 최초의 것이라는 점과 우리자신 외국의 시장에서 빈번한 반덤핑 제소에 시달려 온 현실에서 우리의 입장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덤핑을 포함한 이른바 무역거래에서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서는 일찍부터 GATT 중심으로 합의된 대응조치들이 강구되어 있으나 다양한 무역형태와 거래조건·개별 당사국들의 이해상충으로 실제의 대응상황은 각양 각색이다. 우리가 진작부터 GATT의 일반원칙에 따른 반덤핑규제 조항을 마련하고서도 실제 적용을 신중히 해 온 것은 우리자신 무역의존도가 높고, 규제보다는 세계시장에서의 무역자유 확대가 우리에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80년대 이후의 세계무역 환경은 순조로운 무역확대보다는 규제와 보호 쪽으로 크게 기울고 호혜보다는 일방적·일시적 이해에 집착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이 점에서 보면 우리만 계속「너그러운 시장」으로 남아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국내시장은 현재도 거의 90%가까이 시장개방 상태에 있고 앞으로도 계속 시장문호를 열어 갈 연차 계획까지 세워 놓았다.
이 같은 시장개방은 더욱 세련되고 엄격한 수입시장 관리능력을 필연적으로 요구한다.
이번의 석유화학 제품 덤핑조사는 우리의 이 같은 시장 관리능력을 최초로 테스트한다는 의미에서 그 귀추가 주목되는 것이다. 법제 면에서만 보면 적어도 제도적 장치는 손색이 없어 보인다. 반덤핑관세 제와 상계관세·보복관세에 더하여 긴급관세 제까지 갖추어 놓고 있다.
그러나 실제의 집행기능이 과연 제대로 갖추어져 있는지도 궁금하고, 특히 행정적 관리능력이 얼마나 발휘될 것인지도 아직은 미지수에 속한다.
사실 상대국으로부터 역 보복에도 대비해야 한다.
무역의 공정거래를 보장하는 제도의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되도록 조사와 결정의 신 중성과 공정성을 유지하되 개별상품과 산업의 특수성을 함께 고려하는 일이다.
전자의 공정성 문제는 이미 미국시장에서 여러 번 우리가 당하고 있는 불 합리와 억지를 되새기는 것으로 충분하다. 자국산업의 비효율을 호 도하는 목적의 미국식 제도운영은 바람직하지 않다.
후자의 특수성문제는 우리의 산업전략상 불가피하거나 지역적 불균형이 심한 경우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특히 대일 무역의 심각한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해서도 일본상품의 국내시장 덤핑은 철저히 규제될 필요가 있다. 더욱이 이 같은 개별적 판단자료들은 수입자유화와 함께 앞으로 예상되는 선진국의 대규모 덤핑공세에·대응하는데도 유익한 자료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제소를 계기로 국내관계 제도와 법령, 행정조직과 운영체계를 전면 재점검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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