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비아 보복공격의 불길한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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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워싱턴=장두성 특파원】순식간에 끝나기는 했어도 14일에 있은 미국의 리비아 공격은 월남전이래 실시한 최대규모의 공중작전이었다. 동시에 이 작전은 월남전이래 미국이 삼가온 군사력 행사를 외교목표를 위해 다시 활용할 의도를 극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레이건」행정부가 그동안 국민여론을 대상으로 가꾸어온 이른바 「힘을 통한 평화」정책이 이번 작전으로 첫선을 보인 느낌이다.
이 군사력 행사는 미국국민으로 부터는 열광적 환영을 받고있으나 우방과 적으로부터 심각한 비판을 받고있다.
「레이건」행정부는 이번 공격을 단순한 서베를린 나이트클럽 테러사건에 대한 단발의 보복작전으로 보고 있지 않고 아랍세계 좌파세력의 상징인 「카다피」의 몰락을 목표로 한 장기전의 시작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그와 같은 작전개념으로 등장한 것이 『상응반응』(Proportional Response)이라는 것이다.
백악관 안보담당 특별보좌관인 「포인텍스터」가 마련한 이 개념은 앞으로 「카다피」가 미국 측 보복에 대해 다시 보복 테러를 감행할 경우 그때마다 거기에 상응하는 재보복을 에스컬레이트 해 나간다는 원칙을 담고 있다.
이 개념은 국방성 측이 이미 마련해놓은 『테러도 전쟁이다』라는 작전개념을 흡수해서 단발적인 테러 보복작전을 훨씬 넘어선 준 전쟁 상태를 상정하고 있는 것이다.
「레이건」대통령은 리비아 공격을 공식 발표하는 자리에서 『필요하다면 또 다시 행동을 취하겠다』고 말함으로써 이 개념을 확인했다. 미국은 외국에 있는 시설 뿐아니라 국내의 정부시설에 대해서도 테러방지 대책을 시급히 세움으로써 이번 공격에 대한 리비아의 테러반격이 필연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카다피」와 몰락을, 목표로 하는 작전 목표에 따라 「미국의 소리」방송은 15일부터 미국은 리비아 국민을 적으로 삼고 있는 것이 아니고 「카다피」를 적으로 삼고있다는 내용의 방송을 리비아에 대해 집중 방송하기 시작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계속되는 보복공격의 에스컬레이트 아래서 그와 같은 설득은 리비아내의 반 「카다피」세력을 고무해서 궁극적으로는 내부의 갈등에 의해 「카다피」를 몰락시킬 수 있다는 희망이 미국의 계산 속에는 들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그와 같은 장기적이고 불확실한 미국 측 희망보다는 더 시급한 문제들이 이번 작전으로 표면에 드러나고 있다. 첫째가 아랍 온건파들의 불만이다. 미국의 중동평화 노력에서 핵심적 역할을 해온 이집트가 15일 미국의 공격을 『불법 행위』로 비난한 사실이. 중동 ,온건파들의 불만을 대변하고 있다.
이집트는 리비아와는 적대관계, 미국과는 친밀 관계를 유지해 오면서 요르단과 함께 미국이 추진해온 중동정책의 주역을 조심스럽게 담당해왔다. 그러나 중동 내부정치의 특수성 때문에 같은 아랍 회교국인 리비아가 외부세력의 공격을 받을 경우이들 온건파들은 실제로는 아무리 「카다피」가 미워도 그를 지지하지 않을 수 없게 되어있다.
이번 공격으로 아랍세계 안에서의 「카다피」의 명성이 높아질 것은 확실하다. 그리고 반대로 미국 평화노력에 협조해 온 온건아랍지도자들의 영향력은 줄어들 것이 틀림없다.
리비아가 주장하고 나선 0PEC석유의 대미 금수운동도 불길한 그림자를 드리운다.
또 하나의 결과는 북대서양 동맹 의견충돌이다. 영국과 서독은 어느정도 미국행동에 저지를 보이고 있으나 나머지 회원국들은 격렬히 비판하고 있다. 미국이 공격을 실시한 당일에 유럽공동체(EC)외상들은 헤이그에서 회의를 열고 각국 주재 리비아 외교관수를 줄이기로 합의하고 공동으로 경제적 보복조치를 취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이들은 그와 같은 합의를 통해 미국의 군사활동을 만류하려 했었다.
유럽국들은 리비아와의 경제관계 외에도 앞으로 리비아가 미국 공격에 대한 테러 반격을 실시할 경우 주로 유럽이 그 주무대가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미국과 리비아가 서로 테러와 보복 공격을 에스컬레이트할 경우 미국과 서구의 관계는 악화되게 되어있다.
소련은 15일 한달후로 계획된 외상회담을 취소함으로써 오는 7월로 예정된 미소 정상회담의 전망을 흐려놓았다. 워싱턴 분석가들은 소련의 반응이 이 정도로까지 강경한 것은 예상 밖이라며 놀란 표정을 보이고 있다.
「레이건」행정부의 힘의 외교는 여러 방향으로부터 도전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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