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하던 강북까지…강 건넌 분양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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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 장위동에 2만4000여 가구 규모의 장위 뉴타운이 들어선다. 사진은 이달 중 분양 예정인 ‘래미안 장위(1, 5 구역)’ 공사 현장. [사진 삼성물산]

서울 용산에 사는 직장인 김나영(37)씨는 강북권에서 분양되는 재개발 아파트 단지에 청약을 고려하고 있다. 현재 살고 있는 84㎡(이하 전용면적) 아파트의 전셋값이 2년 새 1억원가량 오르면서다. 현재 거주하는 아파트 전셋값은 5억원. 용산에서 전세를 살려면 1억원이 더 있어야 하지만 강북권으로 옮기면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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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리얼투데이·부동산114

김씨가 관심 있게 보는 지역은 성북구 장위동이다. 지난해 3월 장위뉴타운에서 처음 분양한 꿈의숲 코오롱하늘채(2구역) 84㎡형의 분양권 매매가는 5억1000만~5억2000만원이다. 이달 중엔 장위뉴타운 1구역과 5구역이 분양에 나선다. 김씨는 “2년 전 재계약 때도 5000만원 대출을 받았는데 또다시 대출을 받기엔 부담이 너무 크다”며 “이번 기회에 아예 분양을 받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반기 일반 분양 1만 가구
올 공급 15년 만에 최대
9억 분양대출 규제 반사익
2018년까지 4만 가구 대기
“공급 과잉 감안해 청약을”

올 상반기 서울 분양시장의 중심축이 강남권에 있었다면 하반기에는 강북권으로 옮겨간다. 강북 지역의 재개발·재건축 분양 물량이 본격적으로 쏟아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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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리얼투데이·부동산114

부동산정보업체인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8월부터 연말까지 1만8835가구 중 조합원 몫을 제외한 1만132가구가 일반 분양될 예정이다. 2001년 이후 15년 만에 최대다. 성북구 장위뉴타운, 은평구 수색·증산뉴타운, 마포구 북아현뉴타운 등에서 새 아파트가 나온다.

8월 이후 강북권의 분양이 크게 늘어난 이유는 강남권 아파트가 고분양가 논란에도 호조를 보이면서 강북권 시장도 탄력을 받았기 때문이다. 리얼투데이 양지영 리서치팀장은 “강남권의 재건축 분양 열기가 강북으로 확산하면서 조합들이 사업을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강북권 전셋값도 많이 올라 전세난을 겪는 실수요자들도 신규 분양 아파트에 관심이 늘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강북 지역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은 74.8%다. 강남 지역(69.7%)보다 높다. 강북권에선 성북구가 79.2%로 가장 높았다. 올 들어 7월까지 강북 지역 아파트값도 0.73% 올랐다. 같은 기간 동안 강남 지역 아파트값은 1.29%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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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리얼투데이·부동산114

여기에 도시주택보증공사(HUG)가 지난달부터 9억원이 넘는 분양 주택에 대해 중도금 집단대출을 규제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강북권은 9억원 이하 분양주택이 대부분이라 규제를 받지 않는다. 게다가 도시 접근성이 우수하고 상업업무시설 등 주변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 강북 지역은 가격이 저렴해 실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다. 강남에선 3.3㎡당 4000만원이 넘지만 강북에서는 대부분 2000만원 이하다. 수요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84㎡형이 비싸야 6억원대다. 래미안 장위(1, 5구역) 분양을 담당하는 삼성물산 한상윤 분양소장은 “시청 등 도심 접근성이 괜찮고 가격이 저렴한 편이어서 인근에서 전세로 살고 있는 신혼부부 등 실수요자의 문의가 많다”고 전했다.

분양도 잘되고 있다. 지난 6월 GS건설의 ‘답십리 파크자이’ 아파트 분양에서 49㎡ A형의 평균 경쟁률은 42.6대 1에 달했다. 일반 분양 34가구 모집에 1449명이 청약 접수했다. 분양사무소 담당자는 “교통이 편리하고 생활편의시설 등을 두루 갖추고 있어 직장인의 수요가 많았다”고 말했다.

수요가 몰리다 보니 분양가도 오름세다. 지난 7월 분양한 동대문구 답십리 재개발 단지는 3.3㎡당 1737만원이었다. 지난해 10월만 해도 인근 지역의 3.3㎡당 시세는 1600만원이었다. 분양대행사의 한 관계자는 “최근 강남권 아파트 분양가가 많이 뛰었기 때문에 강북권의 경우도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조합이나 건설사가 고분양가 전략을 쓸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강북권 분양이 늘면서 공급과잉 우려도 제기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강북 지역에서 2014~2015년 2년 입주 물량은 3만500여 가구다. 올해부터 2018년까지 4만 가구의 입주 물량이 더 나올 예정이다. 지역별로는 은평구 4000여 가구, 서대문구 5000가구 등이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팀장은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늘면 가격 상승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일부 단지는 입주 시점에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역전세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대규모 단지나 재개발 지역은 수요자가 직접 가서 교통이나 교육 같은 기반·편의시설 등을 잘 살펴야 한다”며 “인근 단지의 시세와 비교한 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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