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밋빛 코스피…주식 투자는 잘 골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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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지수가 9개월 만에 처음으로 2050포인트를 넘어서면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2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67포인트(0.08%) 오른 2050.47포인트로 마감했다. 장중 한때 2060.84까지 치솟기도 했다.

최근 상승세의 일등공신은 외국인이다. 지난 6월 24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유럽 등 선진국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한국 등 신흥국 증시로 흘러들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7월 한 달간 외국인 투자자는 상장주식 4조10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여기에 지난 8일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한 단계 상향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상승세가 증폭됐다. 8월 둘째 주 5영업일간 코스피는 매일 연중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 기간 동안 외국인 누적 매수액은 6415억원을 기록했다. 8월 첫째주(5614억원)보다 소폭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의견을 모은다. 신환종 NH투자증권 글로벌크레딧팀장은 “앞으로 금리수준과 환율의 영향을 지켜봐야겠지만 한국 정부의 신용등급이 신흥국 중 최고수준으로 상향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 많은 해외투자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장전략팀 연구원은 “글로벌 금리 움직임과 상장기업들의 2분기 실적 등을 살펴볼 때 펀더멘탈(기초체력)과 수급적인 면에서 코스피지수의 추가 상승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예상했다. 김성환 부국증권 연구원도 “코스피가 단기 고점을 넘어 속도 조절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외국인 매수의 유입으로 잠시 숨고르기를 한 뒤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상승장에서는 어떤 종목을 사야 할까. 전문가들은 주가가 떨어져 있는 내수주에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주식일수록 추가 상승 여력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그동안 낙폭이 컸던 내수주인 음식료·화장품·바이오·패션 종목 중심으로 시장이 흘러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화장품주 등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의 수요가 많은 종목들은 지난달 초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로 주가가 크게 하락한 상태다. 김 연구원은 “현재의 원화 강세는 내수주가 낙폭을 만회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화 강세는 수출기업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상대적으로 내수주의 매력이 커지는 이유다.

대표적인 신용등급 상향 수혜주인 은행·보험 종목에도 관심을 가져볼 만 하다. 주요 은행과 금융주들은 지난 2분기 실적이 좋아 모처럼 오름세를 타고 있다. 이현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 보험 등 금융업종의 경우 국가신용등급이 오르면 회사의 신용등급도 함께 오를 수 있고 해외 차입비용이 줄어 양호한 수익률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최근 좁은 박스권 내에서 업종별 환매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지만 IT·소재·산업재·은행 등 경기민감재 중심의 상승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국가신용등급 상향과 외국인의 움직임에 너무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변준호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국가신용등급 상향은 대외 안정성이 높아져 주식 시장에 단기적인 호재로 작용하지만 지속적인 주가 상승을 담보하지는 못한다”고 지적했다. 하반기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도 국내 증시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김예은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 인상 이슈가 부상하면 외국인 매수 강도가 약해지면서 단기적으로 상승 탄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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