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파원J] 국가대표 스프린터 김국영의 첫 마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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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멀리서 오셨는데…”

'올림픽 육상의 꽃' 남자 100m 예선이 열린 14일, 우사인 볼트(자메이카)와 저스틴 개틀린(미국) 등 스타 스프린터들 사이로 태극 마크를 달고 출전한 한국의 대표 스프린터가 트랙을 힘차게 질주했습니다. 결과는 10초37. 8조에 출전한 9명 중 7번째 기록이었습니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진선국에 이어 20년 만에 올림픽 무대에서 육상 100m에 출전한 한국 선수를 보게 된 것만으로도 의미가 컸지만 그가 한국 취재진 앞에 서서 건넨 담담한 첫 소감은 '죄송합니다'였습니다. 육상 100m 한국 최고 기록(10초16)을 보유중인 김국영(25·광주광역시청)의 첫 질주는 그렇게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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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m 예선에 참가한 김국영은 10초 37의 기록으로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사실 김국영이 이번 대회를 앞두고 세운 목표는 남달랐습니다. 메달, 준결승 진출 같은 막연한 목표가 아닌 '10초09'였습니다. 대회 전 기자가 김국영에게 "구체적인 목표가 눈에 띈다"고 물어보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성적도 좋지만 10초10대 아래로 끌어내려야 내 꿈에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그 기록을 수백번도 넘게 마음 속에 되새겨왔다"

그가 말한 '꿈'은 한국 최초 100m 9초대 진입입니다. 지난해 말부터 일본 쓰쿠바대학교에서 초반 스타트를 할 때 힘을 빼고 달리는 식으로 자세를 바꾸는 훈련을 해왔던 그는 "자신감을 갖고 올림픽에 뛰어보려 한다"고 했습니다.

기대했던 만큼 김국영의 실망감도 컸습니다. 그는 "40~50m까지는 괜찮았는데 후반에 집중을 못했다. 100m는 리듬이 깨지면 와르르 무너지는데 리듬을 잃었다"면서 "모든 건 내 탓"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그는 출발반응속도에선 0.135초로 같은 조 선수 9명 중에 3위였지만 후반 스퍼트가 처졌습니다. 이날 준결승 통과 기준 기록은 10초20. 자신이 보유한 한국 기록(10초16)을 넘어서는 기록만 세웠어도 충분히 한국 육상 첫 100m 준결승 진출이라는 위업을 달성할 수도 있었던 만큼 김국영은 레이스를 마치고 입술을 깨물었습니다.

그래도 김국영은 큰 좌절보다는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어했습니다. 비록 원하는 성적을 내지는 못했지만 자신이 선구자가 돼 4년 뒤 도쿄 올림픽에선 더 나은 변화를 기대했습니다. 그는 "100m에서 내가 출발을 끊었다. 나도 앞으로 도전하겠지만 후배들도 같이 했으면 한다. 한 나라당 최대 3명씩 출전할 수 있는데 꼭 후배들과 같이 모두 채워서 출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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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스트존에서 만난 김국영. 그는 "나도 앞으로 도전하겠지만 후배들도 같이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지한 기자

물론 자신도 "1년에 5-6번은 다른 나라 선수들과 시합하면서 경험도 쌓았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대회 직전 저스틴 개틀린과도 스파링 파트너로 함께 뛰었던 그는 "일부러 그런 수준급 선수들과 같이 뛰어봤다. 자신감도 생기더라"고 말했습니다.

단 10초를 뛰기 위해 4년을 연구하고 준비해야 하는 육상 단거리 스프린터들. 결과는 아쉬웠어도 노력하고자 하는 의지만큼은 돋보였던 김국영이 머지 않아 꼭 '한국 최초 9초대 스프린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리우 취재팀=윤호진ㆍ박린ㆍ김지한ㆍ김원 중앙일보 기자, 피주영 일간스 포츠 기자, 이지연 JTBC골프 기자, 김기연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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