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임금 격차, 어디에 원인이 있을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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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2호 30면

한국이 세계 주요국 중에 유리천장지수, 다시 말해 남녀 차별지수가 1위라는 소식에 반감을 가지는 사람이 많다. 여기서 잠깐 팩트만 확인하자면, 2015년 기준 남성의 임금을 100으로 가정할 때 여성의 임금은 62.8에 불과하다. 이런 명백한 임금격차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남녀차별이 심하다’는 주장에 반감을 가지는 사람이 많은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남녀차별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아주 명확하다. 여성들은 임금이 상대적으로 높은 공학·통계·과학·수학의 일자리(이하 ‘STEM’)를 기피하는 경향을 가져서 저임금을 받게 됐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여성들의 저임금은 그들이 선택한 결과라는 것이다.


그럼 왜 한국의 여성들은 정보통신 혁명의 수혜가 집중되는 STEM 일자리를 기피하게 됐을까? 일단 한국 여성들이 수학을 잘 못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 왜냐하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서 시행하는 국제 학력평가시험(PISA)에서 한국 여학생들은 주요국 남학생보다 월등한 수학실력을 보였기 때문이다. 참고로 한국과 일본의 남학생만이 한국 여학생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으며, 일본 남학생과의 점수차는 불과 0.9점에 불과했다(2012년 기준).


즉 한국의 여학생은 세계적으로 볼 때 매우 수학공부를 잘하는 편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왜 한국여성들은 STEM 일자리를 선호하지 않을까? 그 이유는 바로 ‘과거 경험’에 있다. 1970년대에 태어난 ‘신세대’ 이전의 한국 여성들은 거의 100% 결혼했고 또 결혼한 다음에는 육아부담으로 인해 회사를 그만두는 경향을 보였다. 따라서 기업들은 여성들을 장기간에 걸친 트레이닝이 필요한 업무에 투입하기보다는 보조역으로 사용했다.


그런데 1970년대 이후에 태어난 ‘신여성’들은 전혀 다르다. 신여성들의 4년제 대학 진학률이 남학생보다 4%포인트(2015년 기준) 이상 높을 정도로 공부를 잘하며, 더 나아가 결혼을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게 여성의 초혼연령으로, 2015년 드디어 만 30세를 돌파하기에 이르렀다.


그렇지만 신여성의 출현 이후에도 기업들의 ‘여성관’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왜냐하면 사람의 인식은 한 번 형성되면 쉽게 바뀌지 않으며, 기업입장에서 힘들게 육성한 인력이 출산·육아를 이유로 회사를 떠날 위험을 감수할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이 결과 한국의 남녀임금격차는 2012년을 고비로 다시 확대되는 양상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신여성들은 특정 분야, 즉 시험에 역량을 집중하기에 이르렀다. 고시나 교직, 그리고 의료 등 시험이 필요한 분야에 집중하는 것이다. 2015년 기준 5급 공채시험에서 여성 합격률은 48.2%에 이를 정도로 여성의 진출은 눈부시다.


자, 이제 모든 문제가 해결됐을까?


그렇지 않다. 인력의 효율적 배분 문제는 오히려 악화됐다. 특히 여성들이 집중하고 있는 법조·의료·공공·교직은 내수 산업이기에 인구감소의 시대를 맞이해 경쟁이 더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다. 반면,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경제가 성장하는 가운데 STEM 관련 인력수요는 날이 갈수록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STEM 부문으로의 여성인력 유입을 위한 장기적인 플랜을 실행에 옮길 필요가 있다.


홍춘욱키움증권 수석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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