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면 수혜자, 국민 뜻 헤아려 국가발전에 기여하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이재현 CJ그룹 회장 등 경제인 14명이 광복 71주년을 맞아 오늘자로 특별사면·복권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들 외에도 운전면허 관련 행정처분자 142만여 명에 대해서도 특별사면을 실시했다. 이번 사면은 2014년 설 특사(290만여 명)와 지난해 광복절 특사(220만여 명)에 이은 세 번째로 최소 규모다. 정부는 ‘절제된 사면’이라는 표현을 썼다. “대통령에 당선되면 특별사면을 하지 않겠다”는 박 대통령의 공약과 기업인 사면에 대한 비판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사면 과정에선 이 회장의 포함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2013년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징역 2년6월에 벌금 252억원을 선고받았던 이 회장이 사면을 앞두고 갑자기 대법원 재상고를 포기하면서다. 근육이 소실되는 희귀병과 만성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이 회장은 법원의 구속집행정지 결정에 따라 검찰에 구속된 이후 대부분을 병원에서 지냈다. 야당 등에선 “4개월가량의 수감생활만 한 이 회장을 경제살리기라는 명분으로 사면하는 것은 법치와 정의에 반하는 행위”라는 비판이 나왔다. 법무부는 “이 회장이 수감되면 생명의 지장마저 초래할 수 있어 인도적인 차원의 배려를 했다”고 해명했다.

이 회장 등은 자신들의 사면을 둘러싼 사회 구성원의 논란을 의식해서라도 국가와 사회에 적극 이바지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국민들이 이번 사면을 용인한 데는 “경제난을 극복하는 데 동참하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박 대통령도 “사면을 받은 분들은 모두가 경제살리기를 위한 노력에 적극 동참하고 국가발전에 이바지함으로써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함께 힘을 모아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근 국제적으로는 자유무역이 위협받고 국내에선 저성장·저출산·고령화·청년취업난·가계부채 등으로 인해 경제가 활력을 잃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면 수혜자들이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자신들의 역할을 찾아나가 줄 것을 다시 한번 주문한다. 사면의 취지가 퇴색돼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