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 군비 경쟁 속 일본만 돈번다|미 월드워치 연구소 브라운씨 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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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 월드워치 연구소의 「레스터·브라운」씨는 「레이건」 미 대통령이 소련과의 무기 경쟁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역사는 그가 국가 채무를 배가시키고 일본에 경제적으로 패배한 인물로만 기억, 긍정적 인물로 평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월드워치는 환경 파괴·인구 폭발·제3세계의 비극 등 기본적인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브라운」이 10년 전 개설한 소규모 딩크탱크로 이 단체가 발행하는 연례 평가 보고서에 대한 관심이 계속 늘고 있다.
「브라운」은 최근 인터뷰에서 「코라손」 필리핀 대통령이 필리핀을 재건하기 위해 기술적인 도움이 필요했을 때 미국이 아니라 일본에 지원을 호소한 사실에 주의를 환기시켰다.
이는 미국뿐만 아니라 소련의 희생 위에 급격히 부상한 일본의 경제력을 보여주는 한 예라고 「브라운」은 시사하고 있다.
미국과 소련이 무기 부문에 부와 과학 기술을 쏟아 부으며 세계 1, 2위의 무기 수출국이 되는 동안 일본은 소비재 수출 강국이 되었다. 80년대 말 이전에 일본은 미국을 젖히고 세계 제1의 무역국이 될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이러한 지적은 문제점을 너무 단순화한 것인지도 모른다.
몇몇 경영 상담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일본 기업들은 우월한 제조 및 경영 기술로 대충 30%에 이르는 가격상의 이점을 얻고 있다 (이 수치는 환율을 고려하기 전의 것이다) .
일본의 성공에는 또 다른 이유들이 있다. 더욱 원활한 노사 관계, 일본 기업들의 공격적인 노력, 그리고 특이한 교육 제도들이 그것이다.
캘리포니아대의 「토머스·롤렌」 교수는 83년 연구에서 『일본 고교 졸업생의 평균 실력은 미국 대학 졸업생의 평균 실력에 맞먹는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브라운」의 견해에 따르면 일본이 갖고 있는 이들 이점은 미국이 군사력 강화에 몰두하고 있음으로 해서 더욱 배가되고 있다.
「브라운」은 「86년 세계 정세」에서 『처음부터 군사 경쟁 대열에 탈락한 일본은 새로운 정책을 마스터했다. 일본은 핵 시대에는 군사력의 가치란 한계에 부닥쳐 있으며 정치적 영향력은 고도 생산성과 국제 경쟁력이 앞선 경제 등 경제력에서 나온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브라운」 은 강대국의 군사력 경쟁이 미국과 소련 양측 모두의 에너지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레이건」 대통령은 미국의 부채를 취임 당시 1조 달러에서 2조 달러로 2배 가량 늘어나게 하는데 주역을 맡아왔다.
미국의 엄청난 재정 적자는 고금리를 조장해 왔고 제3세계의 외채를 가중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소련 경제는 이미 파산 상태에 부닥쳐 있다. 소련은 현재 곡물 생산이 70년대에 비해 20%가량 감소했다. 컴퓨터 제품은 한국이나 브라질의 제품에 비해 훨씬 질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무기를 제외하고는 모든 소련 제품은 서방 세계의 제품과 경쟁력을 갖지 못할 만큼 뒤떨어지고 있다.
「브라운」은 「레이건」 대통령과 「고르바초프」서기장이 전통적인 군사 경쟁으로 안보를 유지하겠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는 한 미소 양국은 일본에 강대국으로서의 많은 힘을 양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소의 두 지도자가 역사에 관심을 갖는다면 한번쯤 차분하게 생각해 봄직한 얘기다.
【워싱턴 포스트=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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