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중화 영웅은 결승 첫 판에 결정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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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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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 3번기 1국> ●·커제 9단 ○·스웨 9단

12보(159~173)=커제는 2015년 중국기원 공식시합에서 백번으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그래서 얻은 애칭이 ‘백번무적(白番無敵)’. 커제가 이 대국에서 승리하면 결승 2국의 스웨에게 가해지는 압박감도 그만큼 더 커질 것이다. 그래서 검토실 일각에서는 ‘형세가 기울었을 때 빨리 돌을 거두고(심리적 타격을 줄이고) 결승 2국을 준비하는 게 현명하지 않을까’라는 견해가 있었는데 어쩌면 스웨는 패배로 인한 심리적 타격보다 커제의 ‘백번무적’을 더 의식한 것인지도 모른다.

우변 백은 64의 후수로 살았다. 미뤄두었던 좌상귀 쪽 66은 큰 곳. 67로 얻어맞는 게 아프지만 참고 견딜 수밖에 없다. 상변 69로는 ‘참고도’ 흑1, 3으로 중앙을 정리하고 가는 게 더 좋았으나 어차피 승부와는 무관하다. 73으로 붙여 또 한 번 패가 발생해서는 백이 도저히 뒤집을 수 없는 형세. 스웨는 100여 수나 끈질기게 추격했으나 그저 차이를 좁혔을 뿐 역전 드라마를 연출하는 데는 실패했다.

스웨는 커제의 백으로 열리는 결승 2국의 운명을 예감해 이 가시밭길을 따라간 것일까. 커제는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중국이 배출한 7인의 현역 세계챔피언 중 최초의 2관왕, 중화 영웅은 여기서 이미 결정됐다. 173수 다음 줄임. 흑 1집반 승.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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