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리동결 배경은?…“내수 개선, 심리 호전으로 완만한 성장세 예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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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은 11일 최근의 경제상황과 관련해 “소비 등 내수는 완만하나마 개선 움직임이 있고 경제주체들의 심리는 다소 호전돼 향후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비교적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대내외 경제여건 때문에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은 높다. 가계부채 증가세,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기업 구조조정 진행 상황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금융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은은 이날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1.25%로 동결하면서 이같은 내용의 통화정책방향을 발표했다.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당분간 낮겠지만 저유가 영향 약해지면서 점차 높아질 것”이라고 물가 측면에서도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부정적 요인도 짚어냈다. 한은은 “원·달러 환율은 큰 폭 하락했고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 중심으로 예년 수준을 상회하는 높은 증가세를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세계경제 현황과 관련해서는 “미국은 회복세를 지속하고 중국은 완만한 성장세를 유지했지만 유로지역에서는 개선 움직임이 약화했다”며 “세계경제는 미약한 회복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브렉시트 관련 불확실성, 신흥시장국의 경제상황 등에 영향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준금리는 두 달 연속 동결 결정됐다. 금통위는 지난 6월 기준금리를 1.5%에서 1.25%로 인하했고 지난달에는 만장일치로 동결했다. 예견된 결과다. 기준금리를 인하한지 두 달 밖에 되지 않은 만큼 일단 동결한 뒤 경기 추세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최근 국회 강연에서 완화적 통화정책의 한계를 강조하면서 정부와 국회가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투자협회가 채권전문가 101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도 96%가 “동결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연내에 추가 인하가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일부 전문가들은 9월이나 10월 추가 인하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정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데다가 과도한 국내 달러화 유동성 등으로 원화가치가 급등해 수출에 악영향이 우려되는 상황이라서다.

지난달 금통위에서 일부 위원은 “앞으로 통화정책은 완화적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며 추가인하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권영선 노무라금융투자 수석연구원도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급격히 감소할 가능성이 있어 10월에는 기준금리가 추가인하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가계부채 증가세가 좀처럼 위험수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섣불리 추가 인하를 단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게 한은의 고민이다. 각종 부동산 규제 신설에도 불구하고 7월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5조8000억원으로 연내 최고치였다.

박진석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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