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사드 비난 지침 해외공관 하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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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북한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와 관련된 선전전 지침을 해외 공관에 일제히 하달했다고 정보 당국 관계자가 8일 전했다.

정보 당국 “한·중 갈등 극대화 노려”
북, 18개월 동안 1749회 비난·위협

이 당국자는 “북한 외무성이 최근 사드 배치를 북한에 대한 도발과 동북아 안보 위협으로 규정하고 ‘정세를 유리하게 조성하기 위한 활동을 적극 수행하라’는 지침을 해외에 있는 대사관과 영사관 등 모든 공관에 내렸다”고 말했다. 또 “이는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와 관련한 한·중, 미·중 간 갈등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사드 갈등을 통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물타기하고 국면 전환을 위한 시도”라고 분석했다.

실제 중국 관영 인민일보는 최근 사설 등을 통해 사드 문제를 북핵·미사일 문제와 연계시키려는 조짐을 보여 북한의 이런 의도가 먹혀들어 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특히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결구도가 고착화될 경우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중·러의 지원을 받을 수도 있다.

김정은 정권이 추진하는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을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공조에도 균열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정보 당국은 북한이 남남 갈등을 부추기기 위해 온라인상에서 사드 반대 활동을 벌일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관련 기관 당국자는 “현재까지 북한이 사용하는 IP주소를 활용한 사드 반대 온라인 게시물이 발견되진 않았지만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북한은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18개월 동안 사드 배치와 관련해 전방위적으로 1749회에 걸쳐 비난과 위협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부 사이버사령부(사이버사)가 북한 주요 언론을 분석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다. 사이버사가 집계를 시작한 지난해 1월 2일부터 연말까지 북한은 1110회의 비난을 쏟아냈다.

올해 들어서는 6월 30일까지 상반기 동안에만 639회를 기록하는 등 사드와 관련한 선전·선동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김 의원 측은 “사드 배치가 기정사실화되면서 비난의 빈도가 높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북한은 18개월 동안 하루 평균 3.91회의 선전전을 펼쳤지만 북한의 장거리 로켓(미사일·광명성) 발사 직후 한·미가 사드 배치를 공식 논의키로 발표한 2월과 3월은 각각 297회와 156회로 대폭 늘렸다. 국방부 당국자는 “북한은 활용할 수 있는 모든 매체를 동원하고 있다”며 “남남 갈등과 해외 친분 인사들을 통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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