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 학생들, "총장 퇴진" 최후통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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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라이프대학 설립 문제로 촉발된 이화여대 학생들의 본관 점거 농성이 11일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대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7일 최경희(54) 이화여대 총장의 총장직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특히 "9일까지 사퇴하지 않으면 10일 대규모 시위를 하겠다"는 게 핵심 내용이라서 사실상 '최후 통첩'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들은 7일 오전 시위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인 ‘세이브아워이화(Save Our Ewha)’에 올린 성명서에서 “소통의 노력은 커녕 1600명의 경찰을 교내에 진입시켜 학생들을 위협하고, 이화의 명예를 실추시킨 교육자에게 더 이상 학교를 맡길 수 없다”며 “최 총장이 공식사과와 함께 9일 오후 3시까지 총장직에서 사퇴할 것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렇지 않을 경우 10일 재학생과 졸업생이 참여하는 대규모 시위를 통해 강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최 총장 사퇴 이유로 ^기나긴 불통의 역사 ^학생들에 대한 무자비한 폭력진압 ^거짓말로 인한 신뢰 추락 등 세 가지를 들었다. 사태의 발단이 된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계획 발표 외에도 상업 공간인 파빌리온 건설, 프라임(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 사업, 장학금 폐지와 도서관 운영 시간 변경 등 학교 운영 전반을 독단적으로 결정해왔다는 것이다.

또 경찰 수사와 관련해서는 “최 총장이 시위 참여자들에 대한 모든 수사 및 당사자들의 개별적인 사법처리 요청을 취소시키고, 이를 학교 측의 공문과 경찰 측의 공문으로 확정해달라”고 요구했다. 현재 서대문서는 지난달 30일 본관 점거 시위 중 교수와 교직원 등 학교 관계자 5명을 감금한 혐의로 일부 시위 참석 학생들을 수사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감금죄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라서 수사를 중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이대 재학생은 “계속되는 총장과 학교 측의 독단과 불통이 쌓여 총장 사퇴라는 방식으로 폭발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대 교직원은 “최 총장 사퇴 등 학생들의 요구에 대해 현 단계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은 없다”면서도 “학생들과 진심으로 얘기를 나누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승기 기자 c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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