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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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가 밝힌 농어촌종합대책은 농업개발의 방향과 정책의 구조에 관련되는 중요한 정책변화를 담고있어 크게 주목된다.
이번 종합대책은 농촌공업화에 의한 농가소득구조의 개선, 주곡위주의 농업생산정책탈피, 농지이용규제의 완화와 임차료율의 법제화 등 농업의 구조개선과 관련된 장기정책뿐만 아니라 농업조세감면과 금리인하, 소 입식자금 상환연기와 농기계 구입자금 지원 등 농가부담경감을 위한 단기대책들까지 포괄됨으로써 글 그대로 종합대책의 면모를 고루 갖추고 있다.
이 같은 종합대책이 나오게 된 배경은 물론 70년대 후반 이후의 급속한 농업경영악화와 농가부채급증, 농산물 가격지지정책의 후퇴와 축산정책실패, 과도한 외국농산물 수입에 따른 생산침체 등 농어촌의 생산·소득구조가 크게 나빠진데 따른 대응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종합대책은 개별대책의 실효성이나 타당성과는 상관없이 정부가 농촌문제의 실상에 근접하고 심각하게 현실을 인식한 결과로 보아 무방할 것이다. 20여년의 경제개발과정에서 이룩한 공업화가 주로 저임과 저곡가를 바탕으로 한 극심한 불균형개발이었던 점과 그 결과로 나타난 도농간의 개발격차·소득불균형이 수많은 경제·사회적 부작용을 낳아 온 점에 비추어 농업정책이 이 같은 불균형의 해소와 균형발전에 착안하게 된 것은 하나의 진전이라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 같은 정책전환이 소기의 효과를 거둔다면 농업문제뿐 아니라 공업화와 수출 지향적 산업구조개선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같은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몇 가지의 사전검토와 전제조건의 충촉이 있어야한다. 그 첫째는 이번 대책의 골격이 되는 농촌공업화문제의 실효성이다. 이 문제는 과거의 새마을공장에서 경험했듯이 공장의 입지정책만으로는 결코 성공하기 어렵다. 공장의 농촌입지를 유도하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소요노동력의 확보가 가능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그것이 매우 어렵다. 여러 연구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공장의 농촌입지에 대한 첫째 유인이 원료나 시장보다는 우선 노동력이라는 자료가 나와있고 또 다른 통계는 농가의 농업외 노동을 제약하는 첫째 요인이 바로 농사 일손부족과 연령상의 제약이라는 점을 지나칠 수 없다.
따라서 농촌공업화에 의한 농외소득증대는 역세적으로 농업소득의 증가로 이농을 먼저 막아야 비로소 실효성이 생긴다는 뜻이 된다.
때문에 농촌공업화정책은 농업본래의 소득기반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않는 한 또다시 새마을 공장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이 점에서 볼 때 주곡생산 정책의 후퇴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더더구나 현재의 주곡잉여가 과잉생산보다는 과도한 외곡도입에서 비롯된 점을 고려할 때 결코 항구적인 주곡자급상태로 간주될 수 없는 일시적 현상으로 보아야한다. 따라서 주곡정책의 변경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임차료의 법적 규제는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소작영농의 부담경감에 기여할 것이고 영농자금 금리인하와 소 입식자금 상환연기, 농기계 구입비지원 등은 현재 농가 호당2백만원을 넘은 부채를 고려할 때 크게 도움이 될 단기정책들이다. 이런 조치들이 장기적인 농업구조개선정책으로 뒷받침돼야 진정한 종합대책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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