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리는 아빠 무서워…" 초등학생 투신 자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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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잦은 폭행을 피해 아동보호시설에서 생활해 오던 초등학생이 아파트에서 뛰어 내려 목숨을 끊었다.

지난 20일 오후 10시40분쯤 광주시 북구 J아파트 경비실 지붕 위에서 李모(11.초등교5)군이 숨져 있는 것을 주민 金모(43)씨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 결과 李군은 아동학대예방센터 보모가 자신이 숨어 지내던 친구의 아파트로 찾아오자 10층 복도 창문을 통해 지상으로 뛰어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李군이 아버지에게 넘겨질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투신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아동보호시설에서 알선한 보모 金모(42.여)씨 집에서 생활해 오던 李군은 지난 16일 자원봉사 대학생의 지갑에서 6만원이 없어진 경위에 대해 추궁을 받게 되자 金씨 집에서 나와 친구집에서 머물러 왔다.

이에 金씨가 "집으로 돌아오지 않으면 아버지에게 연락해 데려가도록 하겠다"는 말을 친구를 통해 전했다는 것이다.

사고 당일 李군은 친구 沈모(11)군으로부터 이 말을 듣고 "아버지까지 이 사실을 알게 된 이상 죽어야겠다"고 말한 뒤, 아파트 복도에서 보모 金씨가 도착하는 장면을 지켜보다 투신했다는 것이다.

李군은 네살 때인 1996년 부모가 이혼한 뒤 고아원에 맡겨져 2001년 8월 초등학교 3학년 1학기까지 마쳤다.

그해 9월 광주 아버지 집으로 돌아온 李군은 도벽에 잦은 가출로 아버지(41.노동)로부터 심한 폭행을 당해왔다. 각목 폭행은 예사였고, 벽돌에 맞아 팔이 부러지는 중상까지 입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李군의 담임교사가 아동보호기관인 광주시 아동학대예방센터에 李군의 보호를 요청했고, 李군은 이곳에서 알선한 보모 金씨 집에서 지난해 6월부터 생활해 왔다.

광주=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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