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 가른 16번홀 … 神은 비욘을 저버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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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골퍼들은 종종 '우승자는 골프의 신(神)이 점지한다'고 말한다. 외부적으로는 숱한 돌발 변수와, 내부적으로는 간사한 마음과 싸워야 하는 게 골프다 보니 의외의 결과가 자주 빚어지기 때문이다.

이번 브리티시 오픈에서 골프의 신은 아마 16번홀(파3.1백48m)에 앉아있었던 것 같다. 벤 커티스(미국)와 토마스 비욘(덴마크).비제이 싱(피지) 가운데 누가 우승자가 될 것인지가 여기서 가려졌기 때문이다.

이 홀에 도착하기 전까지 비욘은 이미 경기를 끝낸 커티스에게 2타 앞선 단독선두를 유지하고 있었다. 비욘은 전날까지 사흘간 이 홀에서 줄곧 파를 기록했기에 여유가 있어 보였다.

그러나 비욘의 티샷은 우측으로 밀려 그린 옆 벙커에 빠졌다. 첫번째 벙커샷은 그린에 떨어졌지만 경사를 타고 또로록 굴러 다시 벙커로 들어갔다. 두번째 벙커샷도 똑같은 전철을 밟았다. 비욘은 결국 더블보기를 범해 커티스와 동타가 됐고 평상심을 잃은 탓인지 17번홀(파4)에서도 보기를 범해 결국 역전패하고 말았다.

이전 홀까지 커티스와 동타였던 싱도 이 홀에서 통한의 보기를 범해 선두에서 밀려났다. 반면 커티스는 파를 지켜냈다.

16번홀은 프로선수들이라면 8번, 혹은 9번 아이언으로 가볍게 올릴 수 있는 짧은 홀이지만 바람이 변화무쌍하고 8개의 항아리 벙커가 그린을 에워싸고 있어 결코 녹록지 않은 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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