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의 직업윤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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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인권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을 기본사명으로 하고 있는 변호사들의 대다수가 직업윤리 의식이 얕다고 스스로 평가하고 있음은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
변호사들이「돈만 아는 직업인」이라느니, 사무실의 문턱이 높다는 소리가 나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변호사에 대해 이러한 평판이 나오게 된 것은 사회의 인식이 얼마간 잘못된 탓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이러한 인식을 낳게 한 변호사 스스로의 책임도 크다.
변호사들 가운데는 인권옹호와 사회정의의 구현을 위해 앞장서 투쟁하기도 하고 무료 변론을 자청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는 변호사들도 적지 않다. 때로는 사비를 들여가며 법률계몽도 하고 소비자 보호운동과 환자의 권리신장에 발벗고 나서는 변호사들도 많다.
그러나 이러한 변호사들의 절대수가 차지하는 비율이 전체 재야 법조인에 비해 미미한 수에 불과하다. 서울지방 변호사회가 자체 조사한 설문 분석에서도『변호사로서의 사명을 다하고 있다』고 대담한 법조인이 불과 16%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에서도 익히 알 수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직업윤리나 자기직분에 대한 사명의식보다 물질에 가치를 더 부여하는 사회분위기 탓도 있고 법률수요는 적은데 변호사가 너무 많아 상대적으로 수입이 적은데서 비롯된다고도 할 수 있다.
변호사 과잉현상으로 사무실을 제대로 유지도 못하는 개업 변호사들이 수두룩한 판에 사회봉사나 참여 따위를 주장하는 것은 지나친 요구로 받아들이는 법조인들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변호사들의 사정이 그러하다고 해서 직업윤리는 내팽개치고 고객만 찾아오길 기다리고 어쩌다 찾는 고객에게 터무니없는 수가를 요구한다면 변호사와 국민과의 거리는 점점 멀어지기만 할 것이다.
이제는 간판만 내걸면 고객이 찾아오고 사무실이 운영되던 시절은 지났다.
사건브로커를 광산에 보내거나 병원에서 법률분쟁이 붙은 교통사고환자를 유치해 오면 한 건당 얼마씩을 주고 사건을 맡는 낡은 방식도 파기해야 할 때가 됐다.
헌신적인 사회봉사로 국민에게 신뢰를 심어 사회에 공헌도하고 고객도 확보하는 길이 가장 현명한 일이다.
변호사에 대한 인식과 믿음이 오늘날처럼 일그러져 있어서는 국민으로부터 외면을 당하게 마련이다.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국민에게 법률계몽을 통해 법의식과 인권의식을 불어넣어 법률수요가 저절로 창출되게 해야할 것이다. 미국의 변호사가 국민 수에 비해 우리보다 92배나 많은데도 항상 고객을 유지하는 것은 국민의 권리의식이 높기 때문이다.
변호사는 단순한 직업인이 아닌 공적 인물이다. 그로 인해 국가로부터 각별한 신분을 보장받고 있으며 국민으로부터 상응하는 예우를 받고 있다.
전문지식만을 파는 단순한 직업인이 아니다. 의사에게 의사로서의 윤리를 요구하고, 공직자에게 공직윤리가 강조되듯이 변호사에게는 법률지식 외에 변호사가 이바지 할 수 있는 사회에의 봉사가 뒤따라야 한다.
전문 지식인으로서 변호사의 제자리를 찾아 법률구조 활동을 보다 활성화하고 인권과 권익단체로서의 기능을 살리는 직역을 찾아내 확대하는 노력을 기울여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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