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과17범「양아치」의 인간 승리|출판사「돌베개」사장 임승남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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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7번이나 소년원·교도소를 드나들었던 한 6·25전쟁고아 「양아치」가 출판사 사장이 되었다. 그리고 그의 고난에 찬 인생전반기와 변신의 과정을 한권의 소설로 써냈다. 최근 서점가에 나온 출판사 돌베개사 사장 임승남씨 (36) 의 자전소설 『걸방』 은 전쟁고아들의 참상과 비뚤어진 생활을 절실하게 그리면서 악을 이겨내고 인간승리의 과정을 그려냈다.○
임씨는 황석영작 『어둠의 자식들』 의 실제주인공 이동철과 비슷해 「제2의 이동철」로 화제가 되고있다.
그는 자신의 원래 나이와 이름을 정확하게 모른다. 53년 휴전때쯤 하여 고아가 되었다. 그때 자신의 나이가 4살이나 다섯살쯤 되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는 서울거리를 떠돌며 밥을 빌어먹다가 여러 고아원을 떠돌게 된다.
나이가 들면서 그는 양아치가 되고 절도범이 된다. 징역살이만 6∼7년, 소년원·교도소를 무수히 들락 거린다.
76년 임씨는 마지막 2년6개월의 형기를 마치고 출감했다. 그리고 교도소에서 알았던 대학출신 수감자의 도움으로 출판사 영업사원으로 취직한다.
『20대의 대부분을 교도소에서 보내면서 차츰 타락한 생활을 벗어나 인간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읍니다. 그래서 책을 읽게 되었읍니다. 「마음의 샘터」 라는 책이 많은 것을 일깨워 주었읍니다.』
임씨는 10대때부터 서울의 남산파·명동파의 양아치로 꽤 알려졌다. 그때 유사한 환경에서 자란 전쟁 고아들과 패를 이루었다. 대도로 알려진 조세형과도 함께 지냈다.
그는 교도소에서 책을 읽으며 일곱가지 잘못을 고쳐야겠다고 생각했다. 희망을 가질것, 근면할 것, 인내심을 가질것. 성실할 것, 침착할것등이었다. 그는 자신을 바꾸어 나갔다.
81년 출판사 돌베개가 경영난에 빠졌을때 그를 지켜봤던 많은 사람들의 추천에 의해 돌베개의 운영을 맡게됐다.
임씨는 출판사에서 일하면서 다시한번 독서광이 되어있었다. 소설 『객주』를 읽었고 『해방전후사의 인식』『세계철학사』 등을 보았다. 임씨에게는 벅찬 내용의 책들이 많았으나 그는 굽히지 않고 읽어나갔다.
어렴풋이 그는 세계를 새롭게 보기 시작했다.
『한사람은 그 자신에 의해서 삶을 규정받기도 하지만 사회에 의해 규정되기도 한다는것을 느꼈읍니다. 전쟁고아들도 그러한 사람들이라고 알게되었읍니다』
임씨는 돌베개를 맡으면서 『현장』 등 시리즈의 책을 내어 우리사회의 소외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려했다.
임씨가 맡은후 돌베개사에서는 『해방40년의 재인식』『한국경제의 전개과정』 등 30여권의 책이 나왔다.
소설 『걸밥』 은 2년여동안 쓰여졌다.
6·25의 와중에 고아가 되어 소위 「양아치」 가 된 사람들의 모습을 자신이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의 원고는 거친 부분은 딴 사람의 윤문을 거쳤으나 내용은 자신이 겪은 꼭 그대로였다. 『사람은 극한상황속에서 끝없이 타락할수 있으나 끝내는 인간다운 인간이 되고자한다는 것을 말하려했읍니다』
또 사회는 그러한 사람을 포용하려는 노력을 해야한다고 임씨는 강조한다.<임재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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