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투자자 끌기' 몸부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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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아무리 안전성을 강조해도 먹히지 않아요. 상가에 대한 투자 불안 심리가 엄청 확산된 것 같아요." 서울 동대문에서 테마상가를 분양하고 있는 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서울 동대문 굿모닝시티 쇼핑 센터의 분양 및 로비 사건이 확대되면서 대형 테마상가들이 분양에 엄청난 타격을 받고 있다.

투자 발걸음이 완전히 끊기면서 지난달 이후에는 한 건의 계약도 이뤄지지 않는 곳이 많다. 서울 명동의 한 상가 분양 관계자는 "안 그래도 경기가 나빠져 분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판에 굿모닝시티 사건 때문에 멀쩡한 상가까지 도매로 넘어가고 있다"고 불만이다.

안전하다고 알려진 아파트 단지 내 상가도 투자자가 확 줄었다. 현진종합건설이 전국 13곳의 단지 내 상가 1백91개 점포를 지난 16일 입찰에 부쳤으나 93개 점포만이 주인을 만났다. 올 봄만 해도 수십대 1의 경쟁률을 보였던 아파트상가조차 타격을 받은 것이다.

한창 공사를 벌이고 있는 상가는 어쩔 수 없이 분양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경기 악화는 그렇다 치고 굿모닝시티 사태만은 피해가자는 시도가 각종 광고.홍보물을 통해 처절하도록 드러난다. 올초까지만 해도 "투자수익률 연 ○%"에 마케팅 초점이 맞춰졌으나 이제는 "투자안전 보장"이 크게 강조된다.

서울 종로의 P상가는 최근 내보내는 광고를 통해 '10층 철골공사 완료'라는 카피와 함께 현장사진까지 게재해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려 하고 있다. 땅을 사지도 않은 채 분양해 말썽을 빚는 굿모닝시티와는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경기도 의정부에서 공사 중인 N상가 역시 '공정률 95%'와 '선시공 후분양'을 내세워 안전성을 강조하고 있다. 서울 명동의 H쇼핑센터도 "땅을 모두 확보하고 기존 건물 철거에 들어갔다"는 내용을 부각해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상가 투자시장의 상황이 최악에 이르자 아예 사업을 포기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서울 성동구에서 분양하던 M상가는 굿모닝시티 사건으로 투자발걸음이 전혀 없자 사업을 거의 포기할 단계에 이르렀다.

현재 서울과 수도권에서 테마를 내세워 분양되는 대형 상가만 50여곳에 이른다. 대부분 계약률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데다 최근에는 금융권 대출마저 까다로워 이래저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저스트알 김우희 상무는 "대형 상가들이 이제까지 사업의 안전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분양에만 급급해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많이 잃었다"며 "이제는 수익성에 앞서 안전성이 확실히 보장돼야만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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