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들 대학출강 늘어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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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80년대초부터 시작된 문인들의 대학출강은 이제 정착단계로 접어들어 최근 5년동안 대학에 출강한 문인들은 무려 40명선에 이르고 있고 86년 신학기를 앞둔·현재도 몇명의 문인들이 대학측과 출강을 협의하고 있다. 이런 추세는 50∼60년대 문인들의 대학총장 바람이 70년대에 학위중시에 밀려 주춤했다가 80년대 들어 다시 재개된 것으로 우리 학계나 문단사의 한 이정표가 될것으로 보인다.
85년에는 소설가 전상국씨가 이례적으로 강원대국문과조교수로 출강한 것을 비롯해 모두 14명의 문인이 대학에 진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소설가 김용성씨가 인하대 전임강사로, 소설가 문순태씨가 순천대 전임강사로 출강했으며 극작가 오학영씨는 그동안 강사로 출강했던 서울여대에서 전임을 맡게됐다.
또 신진작가 임철우씨가 전남대에 출강했고 이근배씨가 서울예전에, 시인 조태일씨가 경희대와 단국대에 각각 출강하는등 어느해보다 문인들의 대학진출이 활발한 한해였다.
84년에는 소설가 김원우씨와 양선규씨가 추계예술대와 경북대에, 시인 이정숙씨는 신구전문대에 각각 출강했으며 시인 오규원씨와 한영옥씨는 서울예전 (강사에서 전임강사로)과 성신여대(전임강사에서 조교수로)에서 자리를 굳혔다.
83년에는 시인 강은교씨가 동아대전임강사로 진출한것을 비롯해 모두4명이, 82년에는 소설가 이순씨와 한용환씨가 청주대와 동국대조교수로 진출한것을 비롯해 모두 6명이, 또 81년에는 소설가 이동하씨가 목포대 조교수로 출강한것을 비롯해 모두 5명이 각각 교단에 섰다.
이밖에 80년에는 소설가 박양호씨가 전남대 조교수로, 78년에는 소설가 김병총씨와 박기동씨가 덕성여대와 서울예전에 출강했다.
이들이 대학에서 주로 맡는 과목은 『창작론』 『현대소설론』 『시론』 『문장론』 『문학개론』 등이다.
이와함께 학생들이 과외활동으로 하는 문학서클등에 같이 참여해 강의실 바깥에서 의 문학활동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문인교수들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딱딱한 이론에서 벗어나 창작의 실예와 함께 인간미 넘치는 수업때문인지 호응이 매우 높은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대학에 출강하는 문인중에 60%이상을 차지하고있는 소설가의 대부분은 시인·평론가들과는 달리 대학출강이 창작활동을 저해하는한 요인으로 스스로 꼽고있다.
소설가 김국태씨는 『작가는 가슴속에 응어리나 한이 맺혀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교단에서 많은 학생에게 큰소리로 이야기하다보면 다 풀려버린다』며 『일종의 카타르시스가 원고지에서가 아니라 강의실에서 이루어져 버린다』고 말했다.
소설가 김원우씨는 『작품이 이론의 궤도위를 달리면 무미건조해지기 십상인데, 스스로가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이론의 함정에 빠지게 된다』며 『이론무장이 자유로운 예술세계를 방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평론가 유한량씨는『논문·연구실적을 계속 쌓아가야하는것이 정신적·심리적으로 큰부담을 안겨준다』며『그것이 대학으로 진출한 문인들중에서도 전임강사 이상급의 작품활동이 대체적으로 뜸할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대학에 출강하는 이유로 대부분 작품만으로 생활하기가 어렵다는 경제적인 측면과 젊은이들의 신선한 세계와 접하고싶은 체험욕구등을 꼽았다. 또 대학도 지명도있는 교인들의 창작강의가 필요함을 느껴 적극 영입하고 있다.
50∼60년대부터 강단에 서기 시작한 제1세대 문인교수인 김동리·황순원·서정주·박두진·조병화씨등이 많은 문인제자들을 길러냈듯이 10여년의 공백기끝에 80년대들어 그뒤를 이어받는 제2세대문인교수인 이들의 활동도 벌써부터 많은 후진들에게 큰활력소로 나타나고 있다.
한예로 80년 전남대에 내려간 소설가 박양호씨는 그동안 전남대에 없었던 실기과목인 『창작론』까지 대학측에 요청, 신설하는 열의를 보인끝에 86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자인 정명섭씨를 비롯해 86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자인 권승권씨와 8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화부문 당선자인 박미숙씨를 가르쳐 중앙문단에 데뷔시키기도 했다.
또 81년 목포대로 내려간 소설가 이동하씨는 1학년때부터 직접지도한 김혜정씨를 8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에 당선시킴으로써 목포대출신중 제1호 문인을 배출시켰으며 76년 데뷔이후로 지방문인이란 이유로 한동안 의기소침해 있던 후배 조승기씨를 격려, 중앙문단 소설동인인 「소설80년대그룹」에 가입하게 하는등 지방문단 활성화에도 큰몫을 담당하고 있다.
이동하씨에게 문학올 배운 김혜정씨(26)는 『강의실에서 뿐만아니라 교내 문학서클 지도교수여서 습작기의 작품모두를 지도받았다』며 『무엇보다도 가장 큰 배움은 작품에 임하는 문학가로서의 진술한 태도였다』고 말했다.
평론가 김윤식씨 (서울대)는『문학사를 통해 큰줄기로 보자면 문인들의 대학진출이 배움을 받는 후진들에게는 큰도움을 주어 우리문학수준을 전반적으로 끌어올리는데 일조를하고있으나 본인들에게는 새로운 체험, 모험의 기피로 인해 작품세계가 좁아들 우려가 있다』며『창작자가 직업으로 인해 문제의식과 위기의식을 상실하는것은 치명적일수 있는 일』이라며 대학으로 진출한 문인들이 너무 이론과 교육울타리에 얽매이지 말것을 당부했다.<양헌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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