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제작에 새 지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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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70년대 중반이후 방송의교양성이 강조되면서 TV다큐멘터리 프로그램도 많이 등장했지만 해외에서 들여온게 많았고, 국내제작물은 시청자들의 욕구를 제대로 충족시켜주지 못했었다.
이런 점에서 볼때 MBC-TV가 지난주에 방영한 두편의 자연다큐멘터리는 이분야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것이라고 할수 있겠다.
14일 밤의『지리산의 사계』는 생활과 현상의 기록및 사회적 목적의 제시, 뛰어난 전달기술등 다큐멘터리가 갖춰야 할 3박자를 고루 갖춘 수작이었다. 특히4계절의 변화에 따른 단순한 경관의 추적에서 벗어나 그곳에 서식하는 동식물의 생태를 추적하면서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곁들임으로써 그 주제를 자연과 인간과의 교감으로 풀려한 점이 돋보였다.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수달 서식 흔적 추적과 야생멧돼지, 노루, 야생벌꿀석석청을 찾는 장면등은 생물도감을 펼쳐보는 식으로 자칫 정적으로 흐르기 쉬운프로그램에 활력을 더했다. 이와같은 프로그램의 특징은 단순한 자연경관만을 보여주는데 그친 15일 밤 KBS 제1 TV의 영상다큐멘터리 『한국의 겨울』과 비교해볼때 더욱 뚜렷이 나타났다.
한편 16일 밤 『한국의 새』(1부, 산새편)도 붉은배새매에 대한 40여일동안의 생태일지와 좀처럼 보기드문 광릉의 크낙새를 카메라로 잡는등 학술적인 면에서도 높이 살만한 뛰어난 영상생물도감이었다.
이 두편의 다큐멘터리는 1년여에 이르는 충분한제작기간과 제작진의 열성과 땀의 결정체였다. 결국 졸속제작을 피하고 충분한제작지원만 해준다면 좋은 작품을 만들어낼수 있음을 입증한 셈이다. 전문가들의 해설도 자세했고, 타이틀과 배경음악을 창작곡으로 한 점도 눈에 띄었다.
그러나 이러한 제작진들의 노력이 가끔 너무 직선적으로 화면에 드러난게 옥에 티라면 티였다.
온 가족이 함께 모여 볼수 있는 휴일 낮시간대에 재방을 고려해 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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