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말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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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사진은 거짓이 없었다. 사건의 진상을 있는대로 증언한다.
기자 1명이 6명의 전경대원에게 팔이 꺾이고 목이 비틀린채 끌려나오고,<사진> 그 기자의 얼굴을 향해 전경의 우람한 주먹이 높이들렸다. 5∼6명의 전경에게 떠밀린 어느 기자가 얼굴부터앞으로 고꾸라지는 장면도 있었다. 그 곁에 선 경찰간부.
현장에서 촬영된 40여장의 사진을 한장 한장 침통히 들여다보던 서울 남대문경찰서 유병국서장의 얼굴은 점차 눈에 띄게 굳어져갔다. 그리고 비로소 입을 열었다.
『나의 판단 미스였소. 정말미안합니다』 민추협사무실앞취재기자 폭행사건발생 만 이틀후인 15일 하오7시, 현장사진을 보고서야 사태의 진실을 파악한 서장의 목소리는 분명 떨려나오고 있었다.
수색영장 집행의 「대사」를 지휘하는 서장에게 달려가『가만히 있는 전경대원을 기자, 가 폭행했다』고 허위보고한 기동대장, 사건직후 사태의 진상파악과 수습차 달려온 서울시경간부에게 『우리 전경을 폭행한 기자를 연행 조사하겠다』고 당당히 말하던 서장, 각 경찰서에서 만나는 거의 모든 경찰관들이 아직도『기자들이 전경을 때렸다던데 무슨 소리냐』 고 말하는 사건의 진상은 그러나 말없는 현장사진의 물증 앞에서 거짓의 허물을 벗을수 밖에없게 됐다.
두 방송사의 무비카메라는 생생한 현장의 소리까지 잡아 역시 경찰의 폭력과 거짓을 증거하고 있다.
사실과 진실을 밝혀내는것을 직업으로 하는 기자들이 당사자인 사건에서 조차 허위보고가 조직의 정상까지 통용되는 경찰.
가해자와 피해자는 그동안 얼마나 많이 뒤바뀌었으며 경찰내부의 부조리와 비위는 또얼마나 많이 가려지고 숨겨졌을까? 허위보고를 근거로 얼마나 많은 오판이 있었을까. 서늘한 냉기가 등골을 타고 홀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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