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리와 국내금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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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유가하락·엔 강세 등 국제경제여건의 큰 변화를 계기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는 세계경제는 나라마다 최적의 적응과 여건의 활용을 외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세계경제는 지금 1,2차 석유파동에 비견되는 제3의「석유·달러쇼크」에 휩싸여 가고 있다. 다만 이번의 제3쇼크는 그 기본성격에서 세계경제의 호 순환을 기대할 수 있는 하나의 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전의 위기적 오일 쇼크와는 성격이 다르다.
그러나 어느 것이건 큰 변화의 굽이에서 적응하고 극복하는 능력을 발휘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위기의 쇼크로 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다. 서두르지 말고 사태의 변화를 냉정히 분석, 예측하면서 우리 나름대로 최적의 활용수단과 정책을 개발하고 실천하는 자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정부도 나름대로 이 문제를 최대의 정책과제로 삼아 지혜를 모으고 있을 것이나 중요한 것은 지금처럼 좋은 국제경제 여건들은 자주 일어나지도, 오래 지속되지도 않는다는 점을 유의해서 최대한 경제체질의 개선에 유익하게 활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두 해의 국제수지개선이나 일시적 경기정양에 만족하는 정책대응은 절대 금물이다.
뿌리깊은 경제의 부실요인과 저 효율을 구조적으로 개선하고 장기적·동태적으로 우리경제의 새로운 성장동인을 만들어 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런 작업은 국내 유가인하나 관련제품 값 내리기 운동 같은 미시적 과정이 아니라 보다 원천적인 산업재편 운동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을 위해서는 민간의 새로운 혁신투자를 체계적으로 유도하고 지원하는 종합처방이 마련돼야 한다. 에너지 정책도 이 같은 신 투자전략에 기여할 수 있도록 초점을 맞추어야 하고 엔 강세도 이 같은 산업재편과 설비혁신을 고무할 수 있도록 활용돼야 할 것이다.
또 하나의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는 국제금리의 하락은 이 같은 국내산업 조정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현재의 국제금리 추세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계속 약세 화 과정에 들어 있다.
산업연구원(KlET)의 전망에 따르면 지난해 7.5%까지 떨어진 연준의 재 할 율이 올해는 6.5∼7%선까지 더 내리고 프라임레이트도 지난해 1.25% 포인트 하락에 이어 올해도 1%포인트 더 떨어져 8∼9%로 전망하고 있다.
일본의 공정 재 할 율도 올 들어 다시 4.5%까지 떨어졌고 런던의 유러달러, 리보 금리도 계속 약세권에 맴돌고 있다.
이 같은 국제금리 추세에 비해 국내금리는 너무 경직화되어 있다. 현재의 최대 당면과제가 경기회복과 산업재편을 지향한 신 투자고무인데도 금리체계만은 너무 동떨어지게 굳어 있다.
지난 84년 정책당국이 불황의 지속적 국면에서 경기과열을 막는다고 금리를 올리는 얼토당토않은 조치를 취했던 실책은 그때 한번으로 족하다.
따라서 유가하락과 엔고의 활용을 극대화하는데 불가결한 금리인하문제도 조속히 실현돼야 할 과제다. 국제금리 뿐 아니라 국내시장의 실세금리도 최근 들어 계속 하락세에 있느니 만큼 공 금리의 신축성 있는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내외금리격차가 커지는 것은 어느 모로 보아도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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