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실천한 교회운전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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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오른손이 하는 선행은 왼손도 모르게 해야 하는데 이렇게 세상에 알려지니 오히려 부끄럽습니다.』13일 하오2시 서울 중곡동 대원고졸업식장은 강종갑씨(40·서울 용답동 28의24)의 훈훈한 인정이 알려져 여느 졸업식보다 아름답고 뜻깊은 자리가 됐다.
소아마비 장애자인 이학교 천원일군(19)을 3년 동안 봉고버스로 등·하교시켜 영예의 졸업장을 받게 한 강씨가 이날 학교로부터 감사패를 받은것.
강씨가 천군의 「손과 발」이 된 것은 천군이 1학년 때인 83년4월부터.
강씨는 천군이 다니던 영광교회(중곡2동 47의3) 집사이자 이 교회소속 버스운전사.
평소 교회에서 자주 마주치는 천군이 어릴때 앓은 소아마비로 목발을 짚고도 보행이 어려워 학교길이 불편한 것을 보아왔다.
이에 강씨가 스스로 오른손의 숨은 사랑을 펼쳐 천군의 두 다리가 되기로 결심, 자신이 운전하는 영광교회 소속 서울6라2072호 봉고버스로 등· 하교를 도왔다.
지난 3년 동안 천군의 등교시간은 언제나 상오6시.
이를위해 강씨는 매일 새벽5시면 어김없이 봉고버스를 몰고 중곡동의 천군 집을 찾아갔다. 지난해 2월 천군 집이 서울 길동으로 옮긴 뒤부터는 시간에 대기 위해 새벽4시30분에 잠자리에서 일어나 매일 새벽길 16㎞를 달려야했다.
특히 천군이 3학년이 된 뒤로는 보충수업과 도서실공부로 하교시간은 하오11시. 이 늦은 시간에도 강씨는 어김없이 학교에 들러 천군을 귀가시켰다.
강씨는 틈나는대로 천군에게 자립의지를 심어주기위해 학교운동장에서 10여분씩 보행연습을 시켜주었다.
강씨의 지극한 정성탓에 이제 천군은 난간을 짚고 계단을 오를 정도가 됐다.
『동생·자식처럼 돌보던 원일이와 이제 헤어지게 되니 왠지 허전한 마음입니다』 강씨는 올해 대학진학에 실패, 풀이 죽어있는 천군이 내년에는 꿋꿋한 자립의지로 우뚝 일어서 합격의 영광을 차지하기를 기도한다. <정순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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