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외교 가의 이름난「해결사」|특사로 필리핀 가는 하비브, 그는 누구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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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역대 미국대통령들은 도움을 필요로 할 때면「필립·하비브」를 찾았다.
「존슨」대통령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면「하비브」가 국내에서는 소수민족 및 여성문제, 국외에서는 베트남 평화협상, 중동. 한국 등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분야를 담당하는 해결사 노릇을 해 왔다.
올해 65세인「하비브」는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났다. 레바논 기독교도 출신인 그는 자신이 최초로 가졌던 직업은 안식일을 준수하는 정통 유대인 집안의 허드렛일을 돌봐 주는 것이었다고 얘기하곤 한다.
제2차 세계대전후 미국무성에 들어오면서 한국대사. 차관 등 수석직업외교관으로 활약했다. 파리회담 초기에 그는 월맹과 미국대표로서 만났다.
「하비브」에게 가장 부담이 되고 좌절을 안겨 줬던 것은 지난 82년 이스라엘 이 레바논을 침공하면서 협상에 나섰을 때였다.
중동특사로 왕복외교여행을 하면서 녹초가 된「하비브」는 두 번의 심장마비를 경험한 후 3년 뒤에 외교관직에서 은퇴하게 된다.
이번에 필리핀 특사로 지명되기까지 그는 캘리포니아에서 자신의 경험에 대한 저술과 강의를 하면서 은퇴생활을 하고 있었다.
백전노장의 해결사「하비브」의 필리핀파견은『선거결과가 나올 때까지 미국은 중립을 지키겠다』고 한「레이건」미대통령의 말과는 달리 현재 심각한 국면에 접어든 필리핀사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미국의 의지를 나타내는 것이다. 많은 관측통들은「하비브」특파가「마르코스」「코라손」두 후보간의 절충으로 국민화합의 기반조성을 중재하는데 있을 가능성을 높게 지적한다. 그 같은 지적은 우선「레이건」대통령이 11일 기자회견에서『필리핀 내에서 2개의 강력한 정당을 확인했다』고 말한 점과 이번 조기선거를 실시케 한 미국의 저의가「마르코스」의 기반약화를 통한통제력 강화에 있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절충이 성공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곧 있을 국회의장의 당선자 확정발표가「마르코스」승리로 귀결지어질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인 전망임에 비추어 이번 선거의 공정성을 부정해 온「코라손」후보가 과연 그 중재 안에 쉽사리 응할 것인지가 문제로 남는다. <김상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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