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바 요시하루 화낙 회장 "산업 로봇도 스스로 생각 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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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갤럭시’와 애플 ‘아이폰’의 매끄러운 금속 케이스, 테슬라 전기차 생산에 없어선 안 되는 산업용 로봇을 만드는 회사. 글로벌 산업용 로봇 시장의 30%를 점유하고 영업이익률이 40%에 달하는 회사. 워낙 경쟁력이 강해 회사의 유일한 리스크가 "본사가 있는 일본 후지산 폭발" 뿐이란 우스갯소리까지 나오는 회사. 하지만 외부 노출을 극도로 꺼려 베일에 쌓인 회사.

일본의 산업용 로봇 생산기업 화낙(FANUC) 얘기다. 화낙의 이나바 요시하루(稻葉善治ㆍ68ㆍ사진) 회장은 29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에서 열린 ‘2016 전국경제인연합회 최고경영자(CEO) 하계포럼’ 기자 간담회에서 회사의 면면을 살짝 드러냈다.

그는 “지금껏 산업용 로봇은 프로그래밍한 대로만 움직였다. 하지만 최근 로봇은 스스로 효율적인 생산 방법을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 “일부 분야에선 인간보다 뛰어날 정도”라며 “인공지능 알파고가 프로 바둑기사를 제압했듯 산업용 로봇에서도 이런 일이 이미 시작됐다”고 덧붙였다.

화낙은 ‘로봇 만드는 로봇 회사’다. 이나바 회장은 “화낙의 일본 국내 공장은 38개다. 여기서 일하는 직원이 1500명인데 로봇은 3000개에 달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로봇은 작은 오류도 허용하지 않는 분야다. 화낙은 기본 경쟁력을 바탕으로 사물인터넷(IoT), 딥 러닝을 적극 활용하는 식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과거 산업용 로봇 개발은 고속화ㆍ정교화를 통해 로봇 자체 생산성을 높이는데 주력해왔다. 최근엔 로봇 스스로 생각하고 생산하는 기술을 발전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봇끼리 센서로 연결해 실시간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대응하도록 최적의 작업 환경을 제공하는 식이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먼 곳에 있는 서버에 저장하지 않고 데이터 발생 지점 근처에서 처리하는 기술도 도입했다. 빠른 반응 속도가 장점이다.

일본 현지 생산체제를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선 ‘신뢰도’ 외에 원만한 노사관계를 꼽았다. 그는 “노사 관계로 어려움을 겪은지 40년이 지났다. 노조는 경영진과 싸워봐야 손해고 협조하는 게 유리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나바 회장은 창업주의 장남이지만 회사 지분을 갖고 있지 않다. 지난해엔 헤지펀드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그는“헤지펀드에 대응할 생각 자체가 없다. 본업에 충실해 기업 가치 높이기에만 집중할 뿐이다. 헤지펀드가 올바르게, 효율적으로 경영할 수 있다면 언제든 내 자리를 양보하겠지만 (그러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평창=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화낙

1956년 후지쯔의 CNC(컴퓨터수치제어) 공작기계사업부에서 출발해 72년 화낙으로 분사했다. CNC는 컴퓨터에 수치를 넣으면 자동으로 금속을 가공하는 기계다. 산업용 로봇 시장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가진 회사로 평가받는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CNC 로봇 50%, 산업용 로봇 30%, 스마트폰 가공기기 80%에 달한다. 매출의 80%가 수출에서 발생하지만 모든 제품은 일본에서만 생산한다. 연 매출이 6234억 엔(약 6조7000억원)인데 경상이익이 2294억 엔(약 2조5000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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