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카지노 운영 공기업들 직원들끼리 돈잔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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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카지노 인구가 지난 해를 기준으로 300만 명을 넘어섰다. 강원랜드의 연간 매출은 1조5000억원이 넘는다. 외국인전용 카지노를 운영하는 그랜드코리아레저도 5000억 원에 달한다. 이 돈으로 두 업체 직원들이 돈잔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지난 3~4월에 실시한 '사행산업 관련 공공기관 수익금 집행 실태' 감사를 통해서다. 감사원이 두 업체에 대해 감사를 벌인 것은 2013년 이후 3년 만이다.

정부 지침 무시 성과급·수당 부당 지급...도박 중독자 관리는 인색

감사원이 26일 공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의 예산 사용 지침을 어긴 채 임직원들에게 각종 수당과 물품 등을 지급해온 사실이 적발됐다.

지난 해 강원랜드는 사장과 부사장에게 각각 7900여만 원과 6500여만 원의 경영성과금을 지급했다. 연봉을 더하면 이들이 지난 한 해 동안 얻은 소득은 사장이 2억3700여만 원, 부사장이 1억9700여만 원이다. 기관장의 기본 연봉이 차관의 연봉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한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임원 보수지침'을 어긴 것이다.

직원들에게는 유급 휴일을 늘려서 수당을 지급했다. 공무원 복무규정 상 유급휴일이 아닌 회사 창립기념일을 유급 휴일로 정하고 수당 5억9500만 원을 더 지급한 것이다. 사측에서 창립기념일을 유급 휴일에서 제외하려 하자 노동조합이 이를 반대했다.

2014년에는 전 직원에게 한 켤레에 15만6000원짜리 등산화를 지급했다. 여기에 들어간 예산은 5억5400만 원이다. 비용은 소모품비로 처리했다. 피복 등은 인건비나 급여성 복리후생비로 지출해야 하는 정부의 예산편성지침 위반이다.

그랜드코리아레저㈜도 직원들에게 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업무시간 이후에 일을 하면 지급하는 연장근로수당을 대상자가 아닌 임원과 1, 2급 상위직 관리자에게 부당하게 지출해왔다. 이에 따라 2013년부터 2015년까지 54명이 11억5200여만 원을 부당하게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시간외 근무 시간을 부풀려 수당을 챙기는 도덕적 해이도 만연했다.

감사반이 5개월 동안 연장근로 실적관리 실태를 확인한 결과 한 부서의 경우 실제로는 10~20시간만 근무를 했는데도 월 지급한도인 23시간을 근무한 것으로 서류를 꾸며 수당을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확인된 팀(28명)에 5개월간 부당 지급된 것만 2000만 원이 넘는다. 근무실적 관리를 전산시스템이 아닌 일지를 써서 소속부서장의 확인만 받으면 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것도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일반 직원들에게 지급된 성과급도 부당하게 집행됐다. 그랜드코리아레저㈜가 2015년에 지급한 성과급은 188억 원에 달한다. 감사 대상 기간인 2013~2015 3년간 500억원이 넘는다.

평가등급에 따라 차등지급해야 하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모든 직원에게 기본급의 300%씩 동일하게 지급해왔다. 성과급을 지급하고 남은 예산은 '경영평가 태스크포스' 팀원들의 인센티브로 나눠주기도 했다.

반면 도박 중독 치유 등에는 관심이 소홀했다. 강원랜드는 2015년 총수익금은 1조6769억 원 중 관광진흥개발기금, 폐광지역개발기금, 세금 등 기본 지출을 제외한 나머지 이익금 2550억 원을 사업확장적립금 명목으로 쌓아둔 것으로 집계됐다. 그랜드코리아레저도 지난 해 총수익금 1690억 원 중 353억 원을 사업확장 등 유보금으로 적립했다. 이 회사가 도박 중독 치유 등 공익목적사업으로 적립한 돈은 한 해 50억 원뿐이다.
강원랜드의 경우 카지노 입장객은 매년 수용 한계치에 육박할 정도로 호황인데 도박 중독자에 대한 관리는 허술했다. 도박 과몰입을 예방하려고 운영하는 출입제한 제도는 있으나마나다. 2개월 연속 최대 출입일수(30일)를 다 채우거나 분기당 30일을 초과해 출입할 경우 출입을 제한하고 있는데, 형식적인 상담 교육만 이수하면 즉시 출입제한을 풀어주고 있어서다.
도박중독을 예방하고 치유한다는 당초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우리나라의 도박 중독 유병률은 5.4%(2014년 기준)로 선진국(프랑스 1.3%, 영국 2.5%, 미국 3.2%)과 비교할 때 높은 수준이다.

감사원은 관련자들을 징계하도록 요구하고 수익금 집행 등을 공공기관 운영 지침에 맞게 개선하라고 주문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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