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의 올 업무보고는 「중소기업 지원계획」일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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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9일 한은을 필두로 시작된 각 금융기관의 재무부에 대한 업무보고는 의례적인 얘기를 빼놓고는 「중소기업」「소재·부품산업」지원일색이어서 올해 정부의 중소기업지원「의지」만큼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는 평.
한은이 앞장서서 「소재·부품산업에 대한 무제한 지원」을 외치고 나서자 29일 업무보고를 가진 산은·외환은·수출입은·신용보증기금 등과 30일에는 국민은·중소기업·주택은행 등도 저마다 중소기업 지원대책을 내놓아 올해 금융기관 업무계획은 한마디로 「중소기업지원계획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느낌.
어찌 보면 지원대상이나 목적이 정반대이기는 해도 70년대 후반의 중화학 육성책을 밀어붙일 때와 강도는 멀어지지 않는 느낌인데 중소기업지원의 주무기관격인 중소기업은행은 이미 재무부로부터 승인을 받은 올해 1조5천억원의 자금공급규모를 부랴부랴 1조6천5백억원으로 늘리는 해프닝을 빚기도.
중소기업은행은 늘어난 자금공급을 위해 올해 중소기업금융채권발행을 1천5백억원에서 3천억원으로 일거에 2배로 늘렸는데 요즘 시황이 좋아 소화는 문제가 없으나 앞으로 금리가 떨어질 가능성이 큰 편이라 비싼 자금을 미리 끌어쓰는 결과가 돼 앞으로 수지가 악화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기색.
더군다나 설립목적이 전혀 다른 주택은행 같은 곳도 얼마되지도 않는 자금(60억원)으로 유망중소기업 발굴·육성을 들고 나오는 것은 아무래도 어색한데 이 모든 것이 일단 한다하면 화끈하게 하는 우리네 정책추진생리를 그대로 반영한 게 아니겠느냐는 것이 금융계주변의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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