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 약관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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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워싱턴=장두성 특파원】전두환 대통령은 현행헌법에 의한 88년까지의 임기가 끝난 후에는 현 여당인 민정당의 평당원으로 남아 있을 것이며 스스로가 큰 영향력 있는 역할을 담당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미국의 유력지 워싱턴 포스트가 28일 보도했다.
전 대통령은 지난27일 청와대에서 「캐더린·그레이엄」워싱턴 포스트지 회장 등 워싱턴 포스트 및 뉴스위크지 간부들과 가진 특별 회견에서 『88년 이후의 계획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변하고 『88년 하야할 때까지는 대통령 직선제 개헌에 반대하며 개헌문제는 필요하다면 89년 이후에 거론될 수 있다』고 거듭 밝혔다. <회견 요지 3면>
전 대통령은 약 3시간 진행된 회견에서 야당을 경쟁자라기보다 적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주장에 관한 질문을 받고 『그러한 비판은 한국 내 정치실정을 이해하지 못하는데서 나온 것』 이라고 말하고 정부가 야당을 방해하고 괴롭히고 있다는 비판을 일축했다.
전 대통령은 『야당의원들은 국회의사당 내에서 매우 자유롭게 행동하며 이따금 그들은 자기본위의 자유를 행사하여 거리낌없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고 밝히고 『미 의회에서도 소수 당 의원이 자기의 의사가 관철되지 않았다고 해서 의장석을 강점하는 일이 일어나가』고 반문했다.
이 신문은 『야당 지도자들은 전대통령이 하야한 후에도 새로운 대통령의 배후의 힘으로서 계속 국가를 통치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 대통령은 남북 대화에 관해 『북한과의 대화에 진정한 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하고 『이북의 공산정권은 남북대화를 한반도 무력 통일전략의 일환으로 보고있다』고 밝혔다.
전 대통령은 『북한은 「7일 전쟁」으로 한국을 기습 공격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며『북한이 소련으로부터 신무기와 군사협력을 얻고 있는 것은 불길한 징조』라고 말했다.
전 대통령은『미군 측이 최근 북한 병력을 74만 명에서 88만 명으로 증강된 것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2백30t의 화학전무기를 비축하고 있다』고 말하고 『소련이 미그23기 26대를 북한에 이미 공급했으며 앞으로 50대는 보유하게 될 것으로 본다』고 예측했다.
전 대통령은 김일성과의 회담 제의를 되풀이했지만 낙관적이지 않음을 시사하고 『중공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증대시키기를 기대하며 그러면 이 지역에서 일어날 수 있는 파국을 방지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전 대통령은 『최근 한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반미감정은 극히 미미한 사람들에게나 있을 뿐』이라고 말하고 『일부 학생과 정치인 및 종교인들이 반미주의를 「그들의 개인적인 정치적 사리를 위해」이용해 왔으며 그러한 견해를 폭력적으로 표현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대처」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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