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숙씨-구두만들기 19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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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언제 어디서 누구를 만나든 제 눈에는 맨먼저 그 사람의 구두가 눈에 띕니다. 제대로 맞는지, 어디가 잘못되지는 않았는지, 말끔하게 손질되어 있는지…』
19년째 온갖 종류의 구두만드는 일을 하고있는 주식회사 에스콰이어의 서정숙씨(48). 얼굴보다 신발에서 그 사람의 첫인상을 느낀다고 말한다.
한 켤레의 구두가 만들어지기까지는 디자인 재단·접착·재봉 검사등 무려 1백여 종류의 공정을 통해 1백86명의 손길을 거쳐야 한다는데 현재 서씨가 맡은 일은 구두 속에 깔창을 붙이는 거의 마지막 완성단계. 그는 하루평균 약6백50켤레의 구두를 손질하므로 지금까지 줄잡아 3백만 켤레가 서씨를 거쳐 뭇 사람들의 「제2의 발」노릇을 해온 셈이다.
『제가 만든 신발을 신은 사람들을 만나면 일단 반가와요. 그렇지만 뒤축을 꺾어 신거나 흙과 때를 덕지덕지 묻히고 있으면 몹시 마음이 언짢고 그 사람의 됨됨이까지 의심스러워 집니다.』 농부의 수고를 생각해서 한알의 곡식이라도 아끼듯 맵시 있고 발이 편한 구두를 만들고자 애쓰는 제화공들의 노력도 한번쯤 생각해달라는 서씨.
그 자신처럼 구두를 자주 왁스로 닦으면 가죽이 부드러워지고 물도 스미지 않아서2∼3년이 지나도록 「새 구두처럼 살아 숨쉬는 구두」를 신을 수 있다고 말한다. 또 구두가 물에 젖으면 가죽이 늘어나고 색도 변하기 쉬우므로 비오는 날은 양가죽 송아지가죽 뱀가죽 등 고급가죽으로 만든 구두를 피해야한다는 것.
사실상 고급가죽일수록 약하기 때문에 늘 자가용 승용차를 이용하거나 많이 걷지 않는 경우가 아니면 질기고 실용적인 쇠가죽구두가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구두를 살때마다 발이 몹시 아프다거나 너무 빨리 망가진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개 자신의 발모양을 고려하지 않은채 구두모양만 보고 선택한 예가 흔합니다. 신발이 불편하면 매우 비활동적이 되는 만큼 자신의 발모양과 활동내용에 따라 구두 뒤축의 높낮이나 뾰족한 정도 따위를 결정해야죠.』
결혼한지 5년만에 남편이 세상을 뜨자 가장으로서 현재 대학생인 두 아들을 키워온 서씨의 월급은 22만원. 정년퇴직을 2년앞둔 그는 『퇴직후에도 아들둘의 「짐」이 되지 않도록 뭔가 일을 계속해야겠다는 생각뿐』이라며 웃는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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