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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국민의 기업

온실가스 감축, 원자력이 현실적 대안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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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의 관심이 영국에 쏠리고 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Brexit) 때문이다. 브렉시트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에 참여한 영국 국민 중 52%가 찬성표를 던짐에 따라 세계 경제 전반이 ‘태풍’의 영향권에 놓였다. 영국과 유럽에 국한된 게 아니라 전 세계 금융 시장이 요동치고,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각국은 경제·정치·문화적 측면에서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그러나 브렉시트의 충격파에도 변하지 않는 영역이 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기후변화대응 정책이다.

정근모│ 전 과학기술처 장관 (12대, 15대)

최근 엠버 러드 영국 에너지기후변화부 장관은 런던에서 개최된 기업기후회담에서 ‘브렉시트 이후 영국의 에너지 및 기후변화 정책 방향’이라는 주제의 발표를 통해 기후변화 문제가 영국의 경제와 국가안보에 가장 심각하고 장기적인 위협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브렉시트 이후에도 기후변화대응 정책을 변함없이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러드 장관의 발표 내용 중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영국이 청정에너지에 대한 투자 차원에서 해상 풍력 및 청정에너지 기술 지원과 함께 영국 내 6개 지역에 18GW 규모의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겠다고 밝힌 점이다.

이처럼 원자력은 지구 온난화와 홍수·태풍·쓰나미 등 각종 기상이변에 대응하기 위한 각국의 기후변화대응 정책 가운데 가장 현실적인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온실가스가 야기하는 지구온난화는 이제 먼 나라,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지구의 기온이 높아짐에 따라 인간을 위협하는 각종 신종 전염병이 발생하며, 이상 기후로 인해 심각한 재해가 빈발하는 등 지구온난화는 우리의 삶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우리의 주식인 쌀 생산이 국내에서 어려워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제기됐을 정도로 일상 깊숙한 곳까지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제 저탄소사회로의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미 지난해 12월 15일, 전 세계 195개국 정상은 신기후체제 합의문인 ‘파리기후협정’을 채택한 바 있다. 협정에 따르면 각국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2℃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온도 상승을 1.5℃ 이하로 제한하는 노력을 한다”는 장기목표 아래 기여 방안을 제출해야 한다. 이에 우리나라도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전망치(BAU)의 37%를 줄이겠다는 ‘도전적인’ 감축 공약을 유엔에 제출했다.

온실가스 총 배출량 가운데 80~ 90%를 차지하는 화석연료 중심의 기존의 에너지 정책을 전환하려면 원자력 사용이 불가피하다. 태양광·태양열, 풍력, 지열 등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투자도 함께 진행돼야 하겠으나, 당장은 국토의 면적도 제한적이고, 에너지 생산량 및 경제성 등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신재생 에너지가 주된 해법이 되기에는 한계가 있다.

신기후체제 아래 안정적 전력 수급에 가장 적합한 원자력의 가장 큰 문제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자력 발전 안전성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높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는 원전을 안전하게 건설하고 운영함으로써 해결해할 수 있는 문제다.

마침 지난달 23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신고리 5, 6호기 건설을 승인했다. 이를 위해 4년 이상 전문가들의 심층 검토가 진행됐다. 신고리 5, 6호기는 원전 안전에 대한 우려 및 후쿠시마 사고를 반면교사로 삼아 대폭 강화된 ‘안전 규정’에 따라 지어질 것이다. 내진 설계를 강화해 규모 6.9의 지진도 견딜 수 있도록 했으며 이전에 없던 해일로 원전이 물에 잠기더라도 전력이 공급될 수 있도록 했다. 최악의 경우에도 수소 폭발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첨단 수소 제거 설비가 설치된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원전 설계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앞으로 국민이 충분히 신뢰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전하게 원전이 건설되고 운영됨으로써 원자력이 국내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정근모 전 과학기술처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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