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엔 「사랑의 눈」이 중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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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시선집 『그어둠과 빛의 사랑』으로 제20회 월탄문학상을 받은 시인 허영자씨(47)는 현실이 암담할수록 꿈은 항상 푸르고 밝아야 한다는 생각과 지향을 가지고 시를 쓴다.
『해방과 4·19가 나의 삶에 있어서 더 할 수 없는 환희였다면 6·25는 절망의 극이었습니다. 그러나 어떠한 절망이 오더라도 절망은 절망으로 끝나지 않으며 그것을 넘어서는 긍정이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아무리 부정적인 상황 속에서도 긍정적인 요소는 있게 마련이며 시인의 기능이나 역할 중의 하나는 바로 그런 긍정적 요소를 발굴하여 미래지향의 빛으로 제시하는 일이라고 허씨는 말한다.
고통을 통한, 부정을 통한 긍정의 세계다.
『사랑의 눈으로 세계를 보아야 합니다. 시인은 부조리와 불의를 보아 내는 예리한 지성과 그것을 비판하는 용기를 가져야 합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높은 것은 세상의 아름다움을 찾아 그것을 사랑할 줄 아는 능력을 갖는 것입니다. 부정을 통한 긍정이 나오는 것도 사랑에 의해서입니다.』
허씨의 작품 「긴 봄날」은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
「어여쁨이야/어찌/꽃뿐이랴//눈물겹기야/어찌 새 잎뿐이랴//창궐하는 역병/죄에서조차/푸른/미나리 내음이 난다/긴 봄날엔-(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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