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달과 왜 떨어지나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1, 2, 3지망학과가 모두 미달이어서 당연히 합격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게 무슨 청천벽력입니까.』
『저희 학교는 학력고사 2백4점미만은 설령 정원 안에 들더라도 입학을 허가하지 않기로 방침을 세웠습니다.』
『엄마, 창피해. 그만 가』. 18일 하오4시, 서강대 교무실.
합격자발표를 보고 달려온 어느 학부모와 교직원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고 옆에선 딸은 어머니를 말렸다. 『내 딸이 2백3점인데 너무 억울합니다. 서울대는 논술점수까지 합쳐 계산한다는데 우리 딸애도 그렇게 한번 해봐줘요.』
『서울대는 서울대고 우린 우리대로 방침이 있습니다.』『따님이 지원한 사학과의 작년 커트라인은 2백66점이었어요.』
『우리 딸이 원래 공부를 못하는 아이가 아니에요. 학력고사 볼 때 몸살을 앓아서 성적이 안좋은 것 뿐입니다. 붙여만 주면 충분히 따라갈 수 있습니다.』
『따님같은 경우가 이번에 30명도 더 있었어요. 우리도 등록금만 1억여원의 손해를 보면서 내린 결단입니다. 이해해주십시오.』
『어떻게 집어넣은 원서인데-』
서울S여고3년 양모양(18). 학력고사 2백3점, 내신9등급.
전기대 원서접수 마감날인 9일 하오5시쯤 서강대접수상황이 현재 정원에도 훨씬 못 미친다는 소식을 들은 양양 가족은 자가용을 타고 날았다.
하오6시30분까지 지켜본 뒤 마지막으로 원서를 넣은 것이 1지망 사학, 2지망 국문, 3지망 영문과.
마감결과 사학3명, 국문7명, 영문4명 등 모두 미달이었다.
그러나 학교측은 「수학능력이 현저히 부족한 경우」의 입시요강을 근거로 이 학생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
『저는 원래 H대 사학과를 가고싶었어요.』
쓸쓸히 합격자 발표장을 떠나는 양양의 뒤로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학교 탓도, 부모 탓도 아닌 제도탓 아닙니까』 <문병관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