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100년사 정리작업 활발|여성계, 작년말부터 저술활동 잇달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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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여성 신교육 1백년을 즈음해 여성계에 그간의 여성운동을 정리하는 저술작업이 붐을 이루고 있다.
작년말부터 일기 시작한 이 여성운동사 정리작업은 이미 『한국근세여성사화』(이옥수편저), 『여성, 깰지어다, 일어날지어다, 노래할지어다』(한국기독교1백주년 기념사업협의회여성분과위원회 편), 『한국여성운동약사』(한국부인회총본부)등이 발간된데 이어 가정법률상담소가 『가족법개정운동사』를, 이화여대가 『이화100년 사』의 발간을 각각 서두르고 있다.
여성운동사 저술의 불을 댕긴 『한국근세…』는 정사가 아닌 야사를 중심으로 한것이 이채. 조선왕조에서 1980년까지 여성계의 크고 작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13세 며느리가 시아버지를 맞이하느라 일어서다 가체(가체)에 눌려 쓰러지면서 목뼈가 부러져 숨진 이야기라든지, 이준 열사의 부인 이일정씨가 최초의 부인상점인 한현부인상점을 차려 남편의 독립운동을 도왔던것 등이 들어 있다.
이에 비해 『한국여성…』은 1945년부터 63년까지의 여성운동사를 간략하게 소개하면서 이 기간동안 여성운동의 주역을 담당했던 47명의 여성지도자 활동을 소개하고 있다.
포주에게서 50만환을 찬조받아 윤락여성 선도사업을 벌였던 한길씨, 5·16직후 몰수당한 부인회관을 찾기 위해 발벗고 나섰던 최금봉씨, 독립군 지하조직의 중신 멤버인 7인 결사대의 홍일점으로 유산으로 물려받은 5백섬 논을 여성운동과 불우아동교육에 투자했던 남동순씨를 비롯, 여성지도자들의 헌신적인 봉사와 투쟁의 일생을 담고 있다.
가정법률상담소가 오는 10월5일 창립30주년 기념일에 맞춰 발간을 서두르고 있는 『가족법…』은 아직까지 여성계의 숙원사업으로 남아있는 가족법 개정을 중심으로 여성계의 활동을 역사적으로 조명해본 것.
이태영·황신덕·표경조·장화순씨 등이 중심이 돼 여성단체들의 공동노력을 통해 최초로 가족법을 개정하고자 했던 1953년부터 84년 결성된 가족법 개정운동을 위한 여성연합회의 오늘의 활동에 이르기까지를 담게된다.
한국 기독교 1백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발간된 『여성…』은 이효재교수(이화여대)등 7명의 논문과 현존하는 65세이상 한국교회여성 주역 28명의 생애 이야기를 싣고 있다.
한국 여성운동이 기독교와 맥을 함께 하는 것을 보여주는 ▲구국자강운동과 기독교여성 ▲기독교여성 지식층 형성과 3·1운동등이 들어 있다. 한편 신여성 신교육의 요람인 이화여대가 개교 1백주년기념사업의 하나로 진행중인 『이화100년 사』는 이화이념의 형성과 실현의 관점에서 1백년 역사를 조망할 계획.
이같은 저술붐에 대해 여성계는 『마땅히 이뤄져야할 작업』으로 환영을 표시.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홍숙자 회장은 『한국여성운동을 정리해야할 시기가 충분히 되었음을 반증하는 것』으로 풀이하고 『여성운동의 정리작업이 앞으로 펴나갈 운동방향을 새롭게 제시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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