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의 조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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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메어리·케이·애시」라는 미국 여성은 40대에 결단, 화장품 회사를 세웠다. 20여년이 지난 오늘 연간 매상 3억달러, 순이익 3천만달러, 판매 사원(세일즈 레이디) 20만명의 회사가 되었다.
21세 때 애플이라는 컴퓨터 회사를 설립한 「스티브·P·좁스」라는 청년은 8년만에 연간 매상 16억달러, 순이익 8천만달러, 4천7백명의 회사를 만들었다.
이런 기업 신화는 하나들이 아니다. 미국 경제의 저력은 이런데 숨어 있는 것 같다.
근착 일본 종합 잡지 『중앙 공론』은 미국, 일본의 「창조적 기업가들」이 공통으로 갖고 있는 자질을 분석해 보았다.
첫째는 비전. 백지의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듯이 기업가는 새로운 제품, 새로운 서비스,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비전을 갖고 있어야 한다.
둘째는 액션. 미국의 기업가들 중엔 주80시간 강행군하는 사람들이 많다. 갓 40대의 한 일본 기업가는 어떤 목표를 세우고, 그것이 안 되는 이유들을 나열한 다음 그 중에서 쉬운 것부터 풀어 간다고 했다. 20%는 남의 얘기를 듣고 80%는 스스로 생각해 판단한다는 사람도 있었다.
셋째는 커뮤니케이션. 20만명의 판매 사원을 거느린 기업의 회장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그것은 의견 발표회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들 비전, 액션, 커뮤니케이션, 곧 VAC는 오늘의 기업에 필수적인 조건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엔 가정 환경, 교육 제도, 사회 조직과 같은 바깥 여건이 맞아야 한다.
먼저 가정에선 호기심을 갖는 일, 어떤 한가지 일에 집중하는 일, 가족들과의 대화를 억제해서는 안 된다.
교육제도로는 강의 중심보다 실험과 관찰을 중요시하는 수업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l984년 미국 스텐퍼드대학 입학식에서 「케네디」 총장은 대학 신입생들에게 「질문의 권위자」(question authority)가 되라는 말을 했다. 질문은 비전을 낳는다는 것이다.
액션은 개성의 존중 없이는 기대할 수 없다. 평균적으로 공부를 잘하는 학생보다 한두 가지에서 특출한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이 액션에 능하다.
커뮤니케이션 역시 질문, 응답하는 토론의 교육에서 가능하다.
사회 조직은 적어도 다음과 같은 질문들에 긍정적이어야 한다. 젊은이들의 돌출을 인정하는가. 개인의 독창성을 중요시하는가. 정보의 종합 분석이 가능한가.
결국 기업가의 수준은 그 사회의 수준을 뛰어넘기가 어려운 것 같다. 이점에선 우리도 생각해야 할 바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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