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대표팀 국가적 도핑”…선수단 리우 못 갈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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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반도핑기구 법률 대리인 리처드 매클래런이 18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러시아의 조직적 도핑 위반 실태를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AP=뉴시스]

러시아가 국가 기관까지 개입해 조직적으로 도핑을 했다는 주장이 또다시 나왔다. 리우 올림픽을 17일 앞두고 세계 스포츠계에 파문이 예상된다.

세계반도핑기구 보고서 추가 발표
“2010년 이후 금지약물 조직적 복용
깨끗한 소변 샘플과 바꿔치기 수법
체육부·연방보안국까지 가담”
스포츠계 “리우 출전 금지시켜야”
IOC위원장 “사실 땐 강력한 제재”
오늘 집행위원회 소집 징계 논의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18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러시아의 조직적인 도핑 위반 실태를 담은 보고서를 추가로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러시아 육상 선수들의 도핑 사실을 폭로했던 WADA는 이날 “러시아가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 당시에도 체육부까지 개입해 조직적으로 도핑을 방조했다”고 밝혔다.

WADA의 법률 대리인인 리처드 매클래런 캐나다 웨스턴대 법학부 교수가 밝힌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는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선수들의 소변 샘플을 바꿔치기한 수법을 폭로했다.

매클래런 교수는 “러시아 반도핑기구(RUSADA) 산하 모스크바 실험실이 러시아 도핑 선수들을 보호했다. 깨끗한 소변 샘플을 미리 받아놓은 뒤 약물을 복용한 선수의 샘플과 바꿨다”며 “약물 검사 결과는 러시아 체육부에 모두 보고됐다. 러시아 정보당국인 연방보안국(FSB)과 실험실이 협력해 통제, 감독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 같은 시스템은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 이후 시작돼 2013년 모스크바 세계육상선수권, 카잔 유니버시아드 등에서도 실행됐다”고 밝혔다.

WADA의 보고서 내용은 지난 5월 미국으로 망명한 그리고리 로드첸코프 전 모스크바 실험실 소장이 뉴욕타임스에 폭로한 내용과 일치했다. 당시 로드첸코프 전 소장은 “도핑에 연루된 러시아 선수들이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적어도 15개의 메달을 땄으며 소변 샘플을 바꿔치기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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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 올림픽 당시 대화를 나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 [AP=뉴시스]

WADA의 추가 폭로로 러시아는 궁지에 몰렸다. 러시아는 지난해 11월 WADA의 폭로에 이은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의 ‘국제대회 전면 출전 금지’ 징계에 대해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했다. 그러나 리우 올림픽을 앞두고 WADA의 추가 폭로가 나오면서 러시아가 리우 올림픽에 못 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매클래런 교수도 “리우 올림픽을 앞두고 서둘러 보고서를 공개했다”며 사실상 러시아에 대한 징계 필요성을 시사했다. 미국·캐나다 등 10여 개국 반도핑기구와 스포츠 단체는 ‘러시아의 리우 올림픽 출전을 금지해야 한다’는 서한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제출할 예정이다.

알렉산드르 주코프 러시아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은 “미국·캐나다 등이 러시아의 올림픽 출전을 조직적으로 막으려 한다”며 불쾌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CAS는 22일 러시아 육상의 리우 올림픽 출전 금지 처분을 놓고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도핑과 관련해 강한 제재 조치를 내리는 것을 주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IOC는 19일 집행위원회를 소집할 예정이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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