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경제 팀의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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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번 개각은 부총리까지 포함한 폭 넓은 경질인데다 후속 인사도 광범하게 이어질 전망이어서 큰 관심을 모은다.
정치·사회·경제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한 시점인 만큼 새 내각에 거는 국민의 기대 또한 여느 때 보다 크다.
새 내각은 종전처럼 주어진 정책의 틀에 매여 안주하는 기술 관료화나 관할 의식에서 벗어나야 할뿐 아니라 행정력이나 공권력을 재임 중의 실적주의와 연결 짓는 과욕도 지양해야 할 것이다. 각료의 기술 관료화나 왜소화 또는 실속주의를 함께 탈피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광범한 민의와 접하고 이를 정책으로 수렴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특히 우리는 이번 개각에서 경제 팀이 교체된 점을 주목하고자 한다. 지난해 우리 경제는 안으로 국제파동을 비롯하여 수출부진, 투자 감퇴로 큰 어려움을 겪었고 밖으로는 수입 규제와 무역마찰, 국내시장 개방 압력 등 숱한 충격과 혼란을 겪었다.
이런 충격과 혼란·침체가 겹쳐 5% 대의 저 성장과 심각한 실업사태를 맞게 되었다.
새 경제 팀의 1차적 과제도 다름 아닌 실업해소와 이를 뒷받침할 적정수준의 성장과 투자의 실현이 될 것이다. 특히 올해는 5차 5개년 계획을 마무리하는 해일뿐 아니라 경상수지의 균형이라는 어려운 숙제를 안고 있다.
그에 더하여 물가에 대한 불안 요인도 크게 늘어났고 해묵은 부실의 정리라는 벅찬 과제도 해결 해야한다. 밖으로는 한 미 무역 마찰을 비롯해서 높아 가는 수출의 애로와 국내 시장 개방 압력에도 현명하게 대응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제들은 비록 한꺼번에 해결할 수는 없다해도 안정적 성장의 확보와 경제의 활력을 되찾기 위해 넘지 않으면 안될 중요한 고비들이다.
다행히 올해는 국제적인 여건이 지난해보다는 다소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세계 경제의 성장 속도나 무역 규모 등에서는 비록 큰 변화가 없다해도 달러의 약세화나 국제 금리·원유 가의 하락이 예상되고 있어 우리에게는 한결 부담이 덜어지는 한해가 될 것이다. 이런 국제여건의 호전은 단순한 무역애로의 완화 측면에서만 보지 말고 국내경제의 효율과 경쟁력 쇄신에 연결 되도록 정책의 구도가 재편돼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우선 침체된 민간경제의 활력을 되찾는 일이다. 최근 수년간 계속 되어온 민간 투자와 기업 의욕의 침체는 단순히 수출 부진이나 내수 부족에서만 원인을 찾아서는 안 된다. 보다 근원적으로는 산업의 효율과 수익성·경쟁력이 전반적으로 떨어진 점을 주목해야한다. 전통적인 경쟁력 부문은 점차 쇠퇴한 반면 새로운 성장주도 부문은 유치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민간 기업의 수익률은 계속 떨어진 반면 투자의 코스트는 여전히 높은 데다 온갖 경영 외적 부담이 가중되고 생산적 투자를 저해하는 불 합리와 규제가 온존되어 있다.
당면한 실업 해소와 성장 잠재력의 회복은 부실산업으로 누출되는 자원 낭비를 막고 민간의 투자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함으로써만 해결 가능하다. 투자 금리를 내리고 환율을 안정시키면서 규제와 간섭대신 자금지원과 기술혁신의 고무가 뒷받침되면 민간의 생산적 투자는 다시 활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개각은 부총리를 주축으로 하는 팀컬러가 보다 명료해져 정책 시행도 과감해질 것 같다. 문제는 경제의 징후만 다스리는 정책보다는 근본을 바로 잡는 정책을 펴 나가야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도 튼튼해진다는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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