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몽골 “EPA 공동 연구” 사실상 FTA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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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17일 몽골 정부청사에서 차히아긴 엘베그도르지 대통령과 회담을 했다. 두 정상이 회담에 앞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울란바토르=김성룡 기자]

박근혜 대통령과 차히아긴 엘베그도르지 몽골 대통령은 17일 몽골 정부청사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한·몽골 경제동반자협정(EPA·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 추진을 위한 공동 연구를 시작하기로 합의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사실상 한·몽골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이다. EPA는 상품·서비스 등 교역 자유화를 추진하는 FTA의 일종으로, 몽골이 한국과 EPA를 체결하면 지난달 발효된 일본·몽골 EPA에 이어 두 번째다.

박 대통령·엘베그도르지 정상회담
한국, 발전소 등 5조 사업 참여 논의

양국은 연구가 끝나는 대로 EPA 협상에 들어가기로 했다. EPA는 구리(세계 2위)와 석탄(세계 4위) 등 풍부한 광물을 보유한 세계 10대 자원부국인 몽골 시장을 여는 의미가 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말했다.

박 대통령은 회담에서 “이런 노력이 양국 간 교역 및 투자 확대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며 “바로 EPA 공동 연구에 착수하고 연구를 조기 종료시켜 협상을 빨리 시작하자”고 강조했다. 엘베그도르지 대통령도 “무역과 투자 확대를 위해 EPA 추진이 중요하다. 박 대통령의 방문이 아주 많은 선물을 가져왔다”고 화답했다.

14개 경제협력 프로젝트에서 44억9000만 달러(약 5조원) 규모의 인프라 사업 참여도 추진키로 했다. 양국은 양해각서(MOU) 20건을 체결했다. 한국 측이 참여를 추진하는 사업은 몽골 제5열병합발전소(15억500만 달러·약 1조7000억원), 복드항산 철도 건설(5억 달러·약 5700억원) 등 전력·교통 인프라 분야가 많다. 양국은 사막화·황사방지 협력 MOU도 체결하고 고비사막의 조림 관리사업을 함께하기로 했다. 강석훈 경제수석은 “고비사막은 한국의 황사 피해 발원지여서 사막화방지 협약은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토대로 한반도 역내 안정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며 “앞으로도 북한의 핵 개발 등 각종 도발 대응에 몽골 측과 긴밀히 협력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엘베그도르지 대통령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안정을 위해 국제 무대에서도 협력 관계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 몽골서 말 선물 받아=몽골 정부는 우호의 상징으로 박 대통령에게 말(馬) 한 필을 선물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그동안의 관례에 따라 몽골에 있는 특별농장에서 이 말을 위탁관리키로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이던 2005년 9월 몽골을 방문해 울란바토르 시장으로부터 말 한 마리를 선물로 받았다. 몽골 측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2006년 조랑말 한 쌍을 선물했다. 몽골에서 말을 선물받은 대부분의 국가들은 이렇게 위탁관리하는 게 관행이다.

울란바토르=신용호 기자 novae@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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