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 채권단 “유상증자 끝나면 대출 1년 연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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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채권단이 삼성중공업의 유상증자를 대출만기 장기 연장(1년)의 조건으로 걸었다. NH농협은행과 산업은행(주채권은행)은 14~15일 만기가 돌아온 삼성중공업 대출금(농협은행 2000억원, 산업은행 3000억원)의 만기를 각각 3개월씩 연장하기로 했다.

농협·산은 등 일단 3개월만 연장
용선료 재조정 협상 중인 한진해운
“자율협약 시한 1개월 늦춰달라”

이에 앞서 지난달 KB국민은행(1000억원)·신한은행(1500억원)도 삼성중공업 대출 만기를 3개월씩 연장했다. 대기업 대출 만기가 통상 1년 단위로 연장되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결정이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 관계자는 “일단 유상증자 계획이 잡히고 실행될 때까지만 대출 만기를 연장하겠다는 의미”라며 “증자가 이뤄지면 다시 원래대로 1년간 대출 만기를 연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의 유상증자 여부와 증자시 규모·시기는 19일 삼정회계법인의 채권단 설명회 이후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삼정회계법인은 이날 채권단을 대상으로 2개월간 삼성중공업을 실사한 내용을 토대로 만든 경영진단 보고서를 설명한다.

삼성중공업에 특별한 부실이 없기 때문에 지난달 산은에 제출한 자구안(1조4551억원 규모)을 충실히 이행하면 향후 4~5년간 경영에 문제가 없을 거라는 게 보고서의 핵심 내용이다. 다만 앞으로 예상치 못 한 요인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유상증자가 필요한지는 회사 측이 결정하라는 취지의 의견을 담았다. 채권단 내에서는 1조원 이상 유상증자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편 한진해운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조건부 자율협약(3개월 시한)의 만기를 8월 초에서 9월 초로 한 달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다. 단기 경영 부족자금(1조2000억원)을 마련하고 용선료 재조정 협상을 하기엔 시간이 부족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관건은 3조원 규모의 선박금융이다. <본지 4월 25일자 6면 참조> 선박금융은 해운사가 선박을 구입할 때 금융회사에서 빌린 선박담보대출로, 배값의 70% 안팎을 차지한다. 한진해운이 선박금융을 조달한 금융회사는 국내 산업은행·수출입은행뿐만 아니라 여러 외국 금융회사가 포함돼 있다. 지금 대출 계약대로라면 한진해운은 매년 3000억원의 선박금융 원리금을 갚아야 한다.

한진해운은 각 금융회사에 선박금융의 대출만기를 3년 6개월 연장해달라고 요청해놓은 상태다.

대출만기 연장에 성공하면 자금 부담이 크게 줄어드는 동시에 용선료 재조정 협상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대출만기 연장에 긍정적인 산은·수은과 달리 외국 금융회사들은 유보적인 상황”이라며 “선박금융 협상이 잘 안 되면 법정관리로 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uni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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