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北, 사드에 무인기 공개하고 풍계리 핵실험장도 들썩…무력시위 준비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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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북한 군인이 손으로 무인기를 날리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TV 캡처]

정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배치 대상지를 확정 발표한 다음날인 14일 오후. 북한 관영 조선중앙TV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등장하는 기록영화를 내보냈다.

‘위대한 동지 1’이란 제목에 ‘선군의 한 길에서’라는 부제가 붙은 이 기록영화의 하이라이트는 김정은 위원장이 조선인민군 과학기술전람관을 현지지도하는 과정에서 북한 군이 신형 무인기를 공개하는 장면이다.

북한 매체 특성상 영상 촬영 일시는 공개하지 않았으나 확인 결과 2013년 10월에도 등장했던 영상으로 밝혀졌다. 북한이 이 기록영화를 사드 배치 논란 와중에서 다시 방영한 것엔 무인기를 통한 무력 시위를 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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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중앙TV가 14일 공개한 기록영화에 등장한 북한의 소형 무인기. [사진 조선중앙TV 캡처]

정부 관계자는 17일 “조선인민군 과학기술전람관은 북한 군이 군사과학 기술을 연구하는 곳”이라며 “이곳의 무인기 영상을 지금 다시 공개한 것은 무인기의 기술 발전을 성과로 내세우고자 하는 의도로 해석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영상에서 북한은 2가지 종류의 무인기를 공개했다. 손으로 날릴 수 있는 무인기와 원격 조종 장치로 이착륙이 가능한 무인기다. 김정은이 지켜보는 가운데 북한 군인들은 직접 무인기를 날리는 시범을 보였다.

일행 옆으로는 대형 안테나를 장착한 차량도 보였다. 원격 조종 무인기를 비행 중 통제하는 차량으로 보인다. 미국 존스홉킨스대의 북한 전문 웹사이트인 38노스는 북한이 7종 이상의 300여대의 무인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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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무인기를 원격 조종 중인 북한 군인들. 좌측 뒤편으로 무인기의 비행을 통제하는 것으로 보이는 원형 레이더 장착 차량도 보인다. [사진 조선중앙TV 캡처]

사드에 대한 북한의 공식 반응은 14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명의의 성명으로 나왔다. 지난달 29일 최고인민회의에서 공식 국가기구로 승격됐으나 북한이 중시하는 노동당 차원의 반응보다는 격이 떨어진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북한이 당이나 군을 중심으로 사드 관련 반응을 내놓기 보다는 무인기와 같은 전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의 핵실험장인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의 동향이 심상치 않다는 정보도 이같은 관측에 힘을 싣는다. 38노스는 한ㆍ미가 사드 배치 결정을 발표한 8일 이후부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다수의 트럭과 인력의 움직임이 지속적으로 포착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를 두고 통일부 당국자는 “김정은의 지시만 있으면 언제든 추가 핵실험을 강행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예의주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정부 관계자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철저한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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