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순 너만 믿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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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슈퍼스타에서 평범한 가정주부로 변신한 아시아의 농구여왕 박찬숙 (박찬숙·26)은 신혼의 단꿈속에 을축년을 보냈다.『신랑(서재석)이 출근한뒤 집안일좀 정리하다 저녁을 하면 하루가 금방 지나가요. 하는일없이 마냥 바빠요.이젠 김치·깍두기도 잘 담그고 된장찌개를 잘 만들죠.
운동할땐 육체적으로 힘들었는데 결혼후엔 정신적으로 피곤하다며 활짝 웃는다.『은퇴 (3월10일)에 이어 결혼 (6월23일) 한후 8개월만인 지난달 꼭 한번 장충체육관을 찾았었죠. 태평양화학이 추계연맹전 준준결승에서 국민은행과 대결한 경기를 봤는데 시종 밀리다 져버렸어요. 코트로 뛰쳐나가고싶은 충동이 일어나더군요』
그러나 박찬숙은 이젠 태평양화학팀보다도 한국농구를 더 걱정하게된다고 말한다.
제일 듬직한 선수는 김화순인데 받쳐줄 뚜렷한 후배들이 없고 성정아와 조문주는 분명히 가능성이 큰 유망주지만 아직 경험이 부족해 9개월 앞으로 다가온 서울 아시안게임에서 장신 중공에 맞서기엔 불안감을 떨쳐버릴수 없다는 얘기다.
박찬숙은 결혼후 KBS리포터와 어린이를 상대로한 농구강사등을 2∼3개월씩 해봤으나 적성에 맞지않아 그만 두었다. 최근엔 태평양화학을 위한 마지막 봉사라는 생각에서 CF출연에 나섰는데 여기에 마음이 끌리는 모양. CF촬영도 보통 어려운것이 아니더라고 털어 놓는다.
농구는 플레이에 물두하만 좋은 연기가 저절로 나오는데 반해 CF촬영은 일부러 좋은 연기를 만들어내기가 쉽지않다는 설명이다. 한 커트를 위해 1백장을 찍는등 힘이 너무 들어 탤런트들에 대해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게 됐다고.
박찬숙은 국가대표로 10년동안 뛰면서 무릎·허리부상으로 고생끝에 올림픽은메달이란 위업을 쌓고 홀가분히 은퇴를 해 농구에 대해 아쉬움과 미련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운동만하느라고 사회를 너무 몰랐기때문에 지금은 무슨일에든지 부딪치고 싶은 욕망이 커졌다는 얘기다. 우선 여러 곳에서 제의도 많지만 내년에도 CF는 한번더 해볼 계획이라고 밝힌다.
『호랑이해인 86년엔 무엇보다도 떡두꺼비같은 아들을 낳고싶어요. 어머님이 환갑을 맞게 돼 맏며느리로서 책임감이 큰 것 같아요」
안양현대아파트 (1동1104호)에 보금자리를 편 슈퍼우먼 박찬숙은 인생설계에 바쁘다. <이민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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