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증시의 활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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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년 내내 침체의 늪에 빠져있던 증권시장이 막장에서 폭발적인 장세와 갖가지신기록을 남긴채 폐장되었다.
우리는 이같은 자본시장의 이변을 지켜보면서 반은 걱정, 반은 기대하는 심정을 갖게된다.
우선 걱정되는 것은 지금까지의 증시추세로 미루어 과열상태는 언제나 이상이 뒤따랐고 그 뒤에는 다시 냉각과 침체가 이어졌다는 사실이다. 자금의 흐름은 언제나 기복이 있게 마련이고 투자의 수익성도 부침을 거듭한다는 의미에서 이같은 증시의 변덕은 당연한지도 모른다.
그러나 국내자본시장의 주류가 언제나 단기차익에 비중을 둔 투기적 동기의 투자가 더 우세했고, 그런 투자가 장세를 지배해온 점을 생각할 때 최근의 유통시장열기가 단순한 시장활황으로만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더우기 전반적인 경기상황이 침체된 가운데서 유독 증시만이 활황을 보인 점은 격에 맞지 않는다.
격에 안어울리는 장세는 언젠가 시간이 지나면 썰물처럼 일거에 투기적 자금이 빠져나가고 더욱 큰혼란과 깊은 침체를 낳을수 있다.
내년 증시가 이런 지경에 이르지 않도록 관리자나 투자가·업계모두 협조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또다른 측면에서 보면 국내자본 시장은 지금 하나의 크나큰 전환기를 맞고있고 그것 이 질적·구조적 변화의 바탕이 될 수 있는 측면도 있다. 두말할 필요 없이 자본자유화의 개막이 바로 그것이다.올해 연말에 가까와 처음 시도된 삼성전자의 해외전환사채발행은 아마도 자본자유화의 첫 출발로 기록될 것이다.
물론 전에도 이와 유사한 형태는 있었지만 해외금융시장에서 일반 공모하는 본격발행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의 국내 주식시장이 전반적으로 저평가 되어 있는 반면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높은 점에 비추어 국내시장은 외국투자가들에게 높은 관심을 불러 일으킬수 있다.
더우기 80년대 이후 국제수지적자와 외채부담이 누적되고 있어 해외자본의 투자가 필요한 시점에서 자본시장의 국제화에 착수한 것은 자본시장발전에 기여할 소지가 많다. 최근의 폭발장세는 이같은 증시의 기대감을 반영하는 자료다. 물론 유동성의 과잉공급과 다른 투자대상의 침체가 가세한 탓도 있겠지만 그 바탕은 증시에서 기대감으로 짐작된다.
일본의 경우도 자본자유화가 본격화된 70년대 중반부터 주식시장이 활기를 되찾고 상승국면으로 돌아선 적이 있었다.
증시가 해외자본조달의 창구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재원조달원천의 다양화수요와 국제유동성의 안정, 국제금리의 안정과 민간투자의 활성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또 증시를 통한 자본조달은 국제수지의 안정과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어야한다. 그런 의미에서 볼때 지금의 국내·국제적 상황은 완전한 시장개방보다 전환사채와 예탁증서중심으로 제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본자유화의 신중한 관리와 현명하고 협조적인 투자자세가 곁들여지면 내년 증시는 기대해 볼만한 한해가 될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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