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다른데…한국도 포켓몬 고 테마주 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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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적 ‘포켓몬 고’ 열풍이 한국 증시에까지 불고 있다. 가상현실(VR) 게임 개발업체인 한빛소프트, 엠게임, 드래곤플라이 등 관련종목 주가가 연일 크게 올랐다. 14일 한빛소프트 주가는 전날보다 19.85% 상승했다. 전날엔 29.96%나 올랐다. 국내에서는 아직 포켓몬 고를 정식으로 즐길 수 없다. 그런데도 종목군 전체에 반영된 기대감이 주가를 띄웠다. 이른바 테마주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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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지금 포켓몬 테마주에 투자하는 게 맞을까. 전문가들은 신중론을 제기한다. 증강현실(AR)을 이용한 포켓몬 고 게임과 테마주 업체들이 출시를 앞둔 가상현실(VR) 게임의 시장 전망이 조금 달라서다. 이창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14일 “포켓몬 고가 큰 유행이 된 이유는 VR 게임처럼 값비싼 장비가 필요 없고, 어지럼증이 많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국내 출시된 VR게임들의 경우 이용자의 움직임 속도를 화면이 따라오지 못해 어지럼증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다.

증강현실 게임 갑작스런 인기에
가상현실 관련 업체 주가 들썩

AR은 간단히 말해 현실과 가상현실을 연결시켜 하나의 영상으로 보여주는 기술이다. 가상현실을 100% 이용하는 VR과는 엄밀히 따져 다르다. 이 연구원은 “VR게임은 어지러움증 해소 기술 상용화 여부를 내년까지 지켜봐야 한다”면서 “AR은 기술적 난이도로 인해 VR보다 대중화가 늦어졌지만 시장 규모는 더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테마주 기업들이 AR 기술 연구를 얼마나 진행했는지는 자세히 알려진 바가 없다. 이성빈 교보증권 연구원은 “관련 업체들이 지금까지는 AR보다는 VR쪽에 투자 집중을 하고 있다”면서 “출시 예정 게임들도 대부분 VR제품들만 공개됐다”고 말했다. 지금부터 새 AR게임 개발을 시작해도 출시까지는 최소 3~6개월 가량이 걸린다.

포켓몬 고 인기의 일등공신은 지적재산권(IP) 영역인 포켓몬 캐릭터들이라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이성빈 연구원은 “친숙한 IP가 등장하면 게임 기술에 관계없이 이용자들의 소프트웨어 접근성이 뛰어나 IP가 큰 성공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손세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포켓몬 고의 성공은 막연했던 VR과 AR 기술이 게임의 핵심 콘텐츠가 될 수 있음을 확인시켜 줬다”고 분석했다. 게임 업종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면 장기적인 안목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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