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와 규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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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공연과 출판에 있어서의 정부규제강화가 뜨겁게 논란되고 있다.
출판과 예술표현은 민주국가에서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적인 자유의 영역인데도 불구하고 이를 행정력이나 어떤 심의기능에 의해 더욱 규제하고자 하는 발상이 나오고 있는 것은 어떻든 불행한 사태다.
물론 한 사회의 특수한 여건에 따라서 필요한 제약이 가해지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때에는 정당한 법적 절차가 있어야 제약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공연과 출판등에서「윤리」라는 이름으로 다만 규제를 강화하려는 추세는 우리나라 예술과 출판의 발전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 아닐수 없다.
왜냐하면「윤리」는 법적개념이 아니며 오로지 도덕적 규범이기 때문에 공연과 출판에 가해치는 윤리라는 척도가 일정한 합법칙성을 갖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국도서잡지 주간신문윤리위원회는 회칙과 규제방침으로 스스로 무리를 감행하려 하고 있다.
만화에 대한 사전검열이나 출판도서에 대한 판매금지가 우리의 헌법정신에 정년으로 위배되는 것은 두말할 것이 없다.
거기에 그 규제대상이 외설만이 아니라 폭력성과 이념에 대한 것까지로 확대되기 때문에 규제의 한계설정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뿐만 아니라 새공연윤리위원장은 취임직후『공연물의 사전심의는 물론사후심의까지 범행하고 단속반으로 불법공연을 철저히 가려내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그같은 공륜위장의 발언은 행정적 규제위주 사고방식을 반영하는 것이다.
행정이나 공윤위의 존재자체는 궁극적으로 규제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나라의 예술과 출판을 발전시키는데 있다.
그럼에도 출판과 예술계를 위압할 듯한 발언을 앞세운다면 출판계와 예술계의 이해와 협조를 얻기는 어려운 것이다.
심의나 규제라는 것은 그 성격상 타율적인 것보다는 자율적인 합희를 통해 이루어질 때 명분과 합리성이 있는 것이다.
그럴때 그 규제의 윤리적 정부성도 인정된다. 윤리라는 것은 민족과 문화의 차이에 따라 견해가 다를 수 있고 또 시대발전에 따라 규준이 달라질 수 있다.
객관적인 가치기준의 설정은 그만큼 어렵다.
무엇이 선이며 무엇이 윤리인가는 사실은 인간성의 문제다. 올바른 인간적 성숙을 가진 사람이 본성에 따라 공중의 합의아래 행동할때 윤리성과 도덕성이 확보되는 것이다.
윤리적 규제의 잣대를 행사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 언제나 윤리성을 가졌다고 하기도 어렵다.
중요한 것은 규제나 적대의 사고를 강제하지 않고 자율적인 협조와 이해를 넓혀 가는 노력이다.
그때에야 비로소 우리의 출판과 예술이 전례없이 아름답게 꽃피울 계기도 마련될 것이다.
당국의 자제와 선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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