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구 "사드 들여오면 제일먼저 레이더 전자파 맞겠다"

중앙일보

입력

 

13일 오후 9시 10분 서울 용산의 국방컨벤션 1층.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허리를 숙였다. 이날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배치 장소로 결정된 경북 성주군민들 200여명 앞에서다.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 참석했다 국방부에 항의방문한 경북 군민들 앞에선 한 장관은 안주머니에서 미리 준비한 A4용지를 꺼내폈다. 성주군민에게 사드 배치 배경을 설명하기 위한 자료였다. 그러나 그는 자료를 접어서 다시 양속 안주머니에 넣었다. 성주 군민들이 "한 장관의 설명은 듣지 않고, 우리(성주군민)들의 질문에 답만 하라"는 요구 때문이었다.

성주 군민들은 "사드를 인구 밀집 지역에 설치한 곳이 있느냐" "왜 성주가 군사적 효용성이 있는곳이냐" "다른 곳과 비교해 최적지라고 하는데 비교 근거를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한 장관은 "사드는 유해하거나 문제가 있는 무기체계가 아니다"며 "사드가 배치되면 (제가) 제일 먼저 레이더 앞에 서서 전자파가 위험이 있는지 제 몸으로 직접 시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세한 자료를 준비해 설명하는 자리를 만들겠다"며 "다섯 곳의 후보지를 비교한 결과 성주가 사드를 배치하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한곤 성주군수는 "중앙정부가 지방정부를 죽이는 일이 어디있나. 애비가 자식을 죽이는 일이 어디있나.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빨리 철회를 해달라.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빨리 철회하면 성주는 옛날처럼 살아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지역이 지역구인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은 "어제(12일 오후) 7시에 예결위 들어가서 내가 질문을 하고 (한 장관의) 답변을 들었다. 아직 선정중에 있다고 (장관이) 답했다"며 "20시간도 안돼 오늘 오후 3시에 발표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차관도 어제 모른다고 했다. 일주일 계속 얘기하는데 오늘 발표도 안알려주고, 군수와 도지사도 몰랐다"며 국방부의 처신을 지적했다.

국방부는 지난 8일 "사드 부지를 결정하기 전 주민들을 상대로 설명회를 열겠다"고 약속했었다.

이날 황인무 국방부 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을 성주로 보내 설명회를 할 예정이었지만 성주군민들은 버스 5대에 나눠타고 국방부를 찾을 예정이라는 소식을 뒤늦게 접하고 현장방문을 취소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