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낌없이 베푼 할머니… 1억대 논 기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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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조차 들지 않는 방에서 혼자 누워 지내는 불쌍한 이웃 노인들에게 일년에 한차례 생일상이라도 차려줬으면 합니다."

최근 논 1천8백여평을 지역 사회단체 연합회에 기증한 최봉임(崔鳳任.82.전북 임실군 지사면 금평리)할머니. 그가 내놓은 땅은 20년 전 남편과 사별한 뒤 자식 없이 혼자 살면서 남의 집 일을 도와주고 받은 품삯 등을 절약해 모은 돈으로 구입한 것으로 시가가 1억원 가량 된다.

"자식이 없어 동네 사람들에게 죽은 뒤 제사나 지내달라고 위토로 내놓을 생각이었어. 그런데 살아 고생하는 사람이 많은데 죽어서 호강하면 뭐 하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고."

崔할머니는 평소 1천원짜리 한장 쓰는 것도 꺼릴 만큼 지독한 내핍생활로 유명하다. 매끼 반찬이라곤 김치 하나가 전부였고, 10리가 넘는 읍내길이지만 버스를 타고 가본 적이 없다. 겨울에도 아주 추운 날이 아니면 보일러를 끄고 지낸다.

자신에게는 이처럼 인색했지만 이웃에 대한 베풂은 넉넉했다.10년 전에는 7백여평의 논을 인근 종교시설에 기증하면서 쌀 20가마를 운영비로 내놓기도 했다.

전주=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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